불량상품 추방운동을 통한 소비자보호 캠페인이 일고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경영학의 판매관리론은 바로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명제가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에서는 이러한 운동을 전개해야만할 절실성이 오래전부터 요구되어 온것이다. 우선 상품에 대한 터무니없는 가격이 큰피해를 입힌다. 생산자에서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에 중간 유통기구가 너무 많이 개입되었을때 소비자 가격은 필연적으로 증가되기 마련이다.
한편 중간 유통기구가 정상적일 때라도 유통 「마진」이 적정선을 넘어서 형성될때 최종가격은 마찬가지로 높게 되기 마련이다. 5천원을 호가하는 쉐타를 비싸다고 돌아설때 금방 3천원에 가져가라는 장면을, 이런 경험을 한 두번 겪지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이러한 유통기구의 횡포에 대해서 정가제를 실시하는 대규모 백화점이 출현하여 중간과정을 축소시키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려는 노력이 일고있다. 이러한 유통기구의 피해보다 최근에 이르러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식품을 비롯한 주요생활 필수품의 공해오염 시비다. 화학비료의 상용(상용)으로 수은(水銀)오염 시비가 일고있는 쌀에서부터 각종 「인스턴트」식품, 과자류 등에 화공약품에서쓰는 색소, 조미료 등이 함유된다는 보도를 자주본다.
완구제품에 석유화합물에서 파생되는 유해물질이 섞여있어서 아이들이 입으로 빨때 해를 입는다는 소리에 이르러서는 소비자 보호 문제를 떠나서 공해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않을수 없다.
인간의 생활이 그 지혜를 짜낸 덕(德)으로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나 이런 고도의 물질문명의 발전은 그 내면에 그 발전과 같은 분량의 부작용을 낳고있는 것이다. 이른바 반문명론(反文明論)은 반공해론(反公害論)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거대한 흑성인 지구가 바야흐로 공해덩어리로 변모해가는듯한 착각, 해양이 원유수송으로 먹칠이 되고 연안해가 공장폐수로 물들어서 고기가 몰사당하고 해조류의 생산이 격감되고 해수욕장이 폐쇄되는 일련의 상황, 도시가 가스에 뒤덮여서 「스모그」현상은 도시인의 가슴을 좀먹고, 공장 인근의 농촌은 또 그 나름대로 화를 입고있다. 벌꿀이 죽어간다. 벌꿀이 암수의 나무를 왕래하면서 꽃가루를 교접시켜야 열매를 맺는 유실수가 열매를 맺지않는다. 과수(果樹)가 말라죽는다. 철새가 제철에 날라오지 않는다. 그 흔하던 참새가 모습을 거의 감췄다. 이런 각박한 상황 아래서 지구는 지금 돌고있으나 자동조절기능을 상실해가는 것이 아닐까. 홍수철이 아닌데 홍수가 난다. 열대사막 지방에 난데없는 우박이 온다. 가뭄이 장기화하여 초목도 사람도 말라죽는다. 아프리카 밀림이 가뭄으로 폐허가 되고있다. 이제 이런 현상들이 우리를「쇽크」하기에는 너무 흔한 일이 되고 만것이다. 바야흐로 공해추방을 위한 더욱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져야하고 이것이 더 근본적인 소비자 보호운동의 정신과 연결되어야 할것이다. 물질, 그 더러운 오염된 물질이 풍토속에서 쓰러져가는 정신개발의 검은 그림자를 보는듯하다. 인간의 내면세계가 텅비어가는 과정을 막아야한다. 지구의 자동조절 기능을 차단해가는 듯한 공해문명으로부터 이 하나밖에없는 지구를 구하고 겉으로의 생활이 좀 덜 편리해지더라도 인간정신의 내적충실을 기해야 할 절실성이 우리의 예지를 기다리고 있다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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