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
철학자나 신학자가 한평생 그 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했어도 깨치기 힘든 교리들을 주일학교랍시고 지성(知性)이 채 자라지도 않은 어린이들을 모아놓곤 디립다 우겨박아 주어 앵무새 모양 녹음(錄音)「테잎」만 반추시키는 식으로 넉근히 종교교육을 다한다고 뻗대고 나설 수 있겠는가?
「메카니즘」이 아무리 판치는 어제 오늘이랄지라도 사람의 기계화처럼 슬픈 꼴은 없으렸다. 우리의 어린이들은 너무나도 정서와 꿈에 매말랐다.
백짓장같은 동심에 색동옷을 입혀야겠다. 애티나는 그 꿈에 무지개 다리를 놔줘야겠다. 화창한 봄 들(原)에 나비되어 훌훌 날리게 해줘야겠다.- 이것이 이번 「가톨릭 소년」잡자가 태어난 동기가 되었다해도 지나치지 않을께다.
우리 사회를 살펴보라.
거칠고 침침하고 악스런 독기(毒氣')를 마구 내뿜는 악서(惡書)들이 『에로 아니면 무미(無味)』식의 잡지며 만화들이 거리마다 책집마다 출렁대고 넘쳐나는 꼴을…
이런 악서들이 가정에 침투하여 드디어는 어린 마음에까지 배어들어 화약(火藥) 심지마냥 팍팍 타들어가고 있음을…
교리나 글공부에서 얻는 지적(知的) 영양소와 아울러 오롯하고 푸진 꿈과 정서를 길러주며 의(義)를 보고는 물불도 뚫고 내닫는 순교자다운 의협심을 받아주는 아동용 교회잡지가 벌써부터 필요했었다. 「가톨릭 소년」지가 과연 그 포부와 사명을 다해 나갈 것인가는 내일의 숙제이고 이제 제2호를 내놓은 그 책을 거리에 나온 세속아동잡지와 비교해 보자.
- 종교적 내음을 풍기면서도 건전하고 흥미 끄는 글들 아기자기한 동화 만화 꾀꼬리 닮은 동요와 노래곡들 - 이 모든 보람은 오로지 집필자 여러분의 공(功)임을 밝히며 그 내용의 질(質)과 주판(珠판)을 떠나서 꾸며져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아동잡지에게 자부해도 좋을듯…
「가톨릭 소년」이 모든 교우자녀에게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남녀 국민 중학생에게 읽히어지기를 - 이유는 간단하다. 어릴때의 종교교육 정서교육이 한뉘내내 그 인생의 북두성(北斗星) 노릇을 하기에.
李錫鉉(筆指·가톨릭소년 編輯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