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혁신세력」이란 것이 있어 이 계통의 정치 사회단체를 통틀어 혁신계열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명칭을 달리하고 있거나 사소한 정강정책 또는 또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을 뿐 「혁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곧잘 대동단결(大同團結)을 하고 있음을 본다.
그들은 다음 사실을 공언(公言)한다. 즉 그들은 조선공산당 혹은 그 후신(後身)인 남조선노동당과 전혀 무관(無關)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산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시(國是)인 반공산주의(反共産主義)를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헌데 그들에게 『그러면 당신들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냐?』하면 바로 사회주의자임을 서슴지 않고 긍정한다. 그들이 사회주의 정당 내지 그런 사회단체를 형성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무엇이겠는가. 그들의 증언을 빌리면 「보수세력」에 대(對)한 「혁신세력」, 뒤집어서 「보수정당」에 대한 「진보적 정당」을 설립하는데 있다고 한다.
사회주의정당과 사회당(社會黨)은 구분되어야 하겠다. 전자는 필경 사회주의 공화국에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정권(舊政權)의 독재성(獨裁性)이 가셔지고 진정한 자유를 바탕오르 하는 제二공화국이 서면서 그 첫 선물(?)은 소위 「혁신세력」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그를 선전하는 신문이 발간되고 심지어는 순전한 그 계열의 교원노동조합 그리고 선전에 가까운 대학강의가 성행되고 있어도 이를 제한(法的制限)해볼 길은 없다고 한다. 그것을 좋게 해석하면 제二공화국은 그만큼 자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겠다.
사회주의 정당이나 그런 제단체는 필경은 사회주의 공화국을 지향해가는 것이라 했다. 그들의 용어(用語)를 빌리면 필연적(必然的)인 역사의 진행(進行)인 것이다. 대한민국과 사회주의공화국은 전혀 이질(異質)인 것을 더 말할 것 없겠다. 그러할진대 소위 혁신분자들이 말하는바 대한민국 국시(國是)에 따르는 반공(反共) 운운하는 것을 어떻게 알아들으면 좋겠는가.
이에 우리는 그들 혁신세력(사회주의세력)에 대한 반격(反擊)태세를 갖추어야 하겠다. 우리 가톨릭 신자의 반공신념은 안으로(內的으로)는 철저하다. 도무지 깨어질 수 없는 단단한 신앙을 지니고 있다. 매일 종도신경(信經)을 입으로 염(念)하면서 더욱 굳게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최선(最善)이라야 자기방위(防衛)에 더한 것일 수 없다.
동구(東歐) 소위 쏘련위성국가군(衛星國家群)의 처지를 보라. 절대다수의 가톨릭인구를 가지고서도 한 번 국체(國体)를 공산수중에 넘기고서는 수족을 묶인듯 헤어나갈 길이 없는 것이다. 「항가리」의 반공산혁명은 인류사에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들을 해방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서구(西歐)에 공산주의 진상을 폭로했고 자유세계의 위정자들에게 일대경종을 울려준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고사하고 중공은? 우리 북한은? 다마나 암담한 장래를 약속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하겠다. 모든 분야(分野)엥서 불꽃을 일으킬만한 그 반격(反擊)의 행동을 일으켜야 하겠다. 지성인(知性人), 교육자는 그 영역(領域)에서 또 노동직장에서 전사도직 분야를 총동원하여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겠다. 시간적으로 너무나 긴박한 가운데 처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신념으로서만이 아니라 만(표현)으로서도 그들과 토론할 수 있는 넉넉한 지식을 가지자는 것이 그 첫째이다. 철저한 공산주의자를 회두(回頭)시킨다는 것은 그들이 우리를 세뇌(洗腦)하기 어려우리만치 힘들 것이다. 허나 일상 그들에게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대중을 붙들어 줄 수는 있다. 가령 고등학교급에서도 그들은 별별 명칭의 클럽을 조직하고 공개토론을 하고 있는데 가톨릭학생들은 침묵의 덕만 쌓고있는 형편이고 교회경영학교 이외의 학교에 수십명 신자학생이 있으되 아무런 모범 하나 없다고 듣고있다. 여기서 벌써 그들에게 철저히 패배당하고 있음을 솔직히 자인(自認)해야 하겠다.
이것은 지성인 및 교육자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서울에 「하상크럽」 일개 지성인클럽이 있고 「레지오·마리에」의 주목할 만한 활동이 있지만 이에 수십 배에 달하는 조직적 행동이 없고서는 바깥의 거센 세력에 도저히 맛설 길은 없는 것이다.
이 길은 또한 행동에 있음을 강조치 않을 수 없다. 영국 「런던 하이드 파아크 코어너」는 거리의 현자(賢者)들이 기염을 토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산주의자가 그 풍부한 제스츄어, 능변으로 시간을 보내는 바로 그 길섶에 런던·가톨릭학생회라는 깃발을 날리면서 노동자들을 대신해 도로보수공사에 땀을 흘리는 그곳 가톨릭 학생들을 아무도 무심히 지나쳐버리지는 못했다. 이렇게 우리 가톨릭 학생들은 몸으로 그들과 부딪히고 있구나 하는 감명깊은 인상을 받았다.
반(反)교회세력이 공공연하게 성장하고 있는 오늘, 우리는 마치 정정당당(正正堂堂)한 대결의 장소를 얻은듯 늠늠한 태도를 지녀야 하겠다. 총 반격의 태세를 갖추어야 하겠다.
여기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즐겨 바칠 것이요 힘의 결속을 위한 방도를 강구해야 하겠다. 특히 지성인들의 분발이 있어야 하겠다.
가톨릭 지성인은 모름지기 종례의 도피적(逃避的) 습성을 떨어버리고 박차고 나서서 제각기 소속본당의 큰 힘이 되기에 인색치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