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메이데이』날 U=2기(機)가 쏘련 영공(領空) 안에서 격추되었다. 또 정상회담(頂上會談) 직전에 쏘련은 인공위성선(人工衛星船)을 자랑스럽게 떠올렸다. 그러더니 『올리브』나무의 새싹이 행여나 나올까 하고 기다리던 산꼭대기는 불을 뿜는 분화구로 변하고 말았다.
평화를 추구한다는 회담에 인공위성선을 선물로 보낸 붉은 눈에는 이 세가지 사건이 필연적 인과관계(必然的 因果關係)를 가진 듯이 말해보려고 하는 듯한데 그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정상회담의 자리를 마련해 놓느라고 애쓴 영수상(英首相)까지라도 의젓하게 시인하는 모양이다.
준전(準戰=Quasi-war) 상태에 있는 국가간에 간첩행위(間諜行爲)가 있다는 것은 우리 상식으로 보아 당연한 일이요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국제법상 간첩이 금지되어 있느냐 하는 문제데 있어서 「간첩(間諜)을 행하는 것도 사용하느 ㄴ것도 위법(違法)이 아니다. 다만 정국에 사로잡히면 일정한 처벌을 받는다」(陸戰法規30條)고 되어있다. 평시에 있어서도 국가간첩행위가 물론 국가간에 공식으로 인정될 줄리(理)야 없으나 실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더욱이 어느나라보다도 간첩망과 첩보행위가 우수한 쏘련이 간첩기(間諜機)(?) 한대로 말미암아 그렇게 벼러오던 정상회담을 보기좋게 결렬시킨다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회담결렬의 구실을 준 U=2기(機)를 하필 이런 때 떠올려보내서 회담목적을 달성시키지 못한 것은 <아> 대통령의 불찰(不察)이 아니냐고 그의 외교수단의 졸열을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대하였던 편도 있으나 외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아> 대통령은 서방동맹 행동통일에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하며 그가 과거에 외교무대에서 돌아올 때 받아보지 못하던 「영웅의 개선」식의 환영을 받을만큼 미국국민이 기본적으로 단결하여 있음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관극자(觀劇者)의 입장에 있는 우리가 볼 때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후> 수상이 쏘련에 돌아가서 어떠한 환영을 받겠는지 그 장면을 액면대로 보지 못하는 점이다. 일국의 원수답지 못하게 노발대발 하던 상기(上氣)된 그 얼굴과 외교무대를 좌우하던 민완(敏腕)의 외교가가 어색한 연기로써 회담을 터쳐버린 그 솜씨를 가지고 「모스코바」로 돌아갈 때 「생활수준의 향상」을 은근히 기대하던 쏘련 국민이 어떠한 표정으로 그를 대할는지가 궁금하다. 산꼭대기에서 봉변하고도 여유있게 미소를 띠운 <아> 대통령과 같은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환영은 아마도 받지못할 것만 같다.
관극자로서 우리는 다음의 세가지 점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첫째로 간첩행위, 특히 U=2의 경우가 정당화되는가? 미국내에 있어서도 간첩 자체가 위법이냐? 아니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양이나 그것이 윤리적으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는데는 이론(異論)이 없는 듯하다. 당사국가의 견해는 하여간에 그러면 객관적으로 보아 간첩이 정당한가? 이 문제는 전쟁자체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느냐 문제와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간첩행위가 따르지 않는 전쟁이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외적의 침해는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사명중 하나이라면 그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기에 요구되는 간첩 행위가 또한 정당하지 않을까? 특히 핵무기(核武器)의 위력을 두려워하는 현금의 정세로 보아서는 준전상태(準戰狀態)에 있는 국가간에 간첩행위란 제3차대전을 방지하는데 「지당」한 행위가 아닐까? 그래서 <후> 수상이 U=2 사건을 내걸고 정상회담을 결렬시키려면 U=2사건당시에 적어도 미국내에 쏘련측의 간첩이 전연 없었어야만 될 것이다.
둘째로 <후> 수상의 외교적 자살행위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만 볼 것인가? 그 원인에 대하여 두가지 가설(假說)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는 쏘련국내의 반<후> 세력과 중공의 압력이 그로하여금 그러한 무모한 짓을 하지 않으면 아니되게 하였다는 것이요 둘째는 U=2의 소위 첩보행위가 쏘련에게 치명적 타격을 참말로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첫째 가설보다도 둘째 가설이 더 유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후> 수상 자신이 언명한 바와같이 U=2기가 쏘련 영공내를 1천3백마일이나 침범(侵犯)할만큼 그리고 4만(쏘련서는 6만5천이라고 한다) 「휘-트」 상공에서야 겨우 격추가 가능할 만큼 쏘련의 방공력(防空力)이 약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민의 고혈(膏血)을 짜서 공세의 우위성을 자랑하던 쏘련으로서는 그 수세의 허(虛)가 U=2기로 말미암아 보기좋게 질린 것이 정상회담에서의 <후> 수상의 태도에 필연적으로 반사되었다고 봄즉도 하지 않은가?
셋째로 그렇다면 미국의 U=2기 사건을 계획하여 쏘련이 그 술책에 떨어져 이 사건을 내걸고 회담을 결렬시키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할만큼 나는 미국을 과대평가하고 싶지 않다. 나로서 이 계제에 하고싶은 말은 미국측에 대하여서는 회담하러 구차스럽게 산꼭대기에 올라가지를 말고 제2의 U=2사건을 대규모로 계획할만한 실력을 양성하라는 것이요 영불(英佛)에 대하여서는 「의젓하게」 앉아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韓珙烈(筆者 가톨릭大學敎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