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새 세대의 묘포(苗圃)이다. 앞날의 흥망성쇠가 이 묘포를 가꾸는 자의 손에 좌우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기성세대는 치자(治者), 교육자, 부모 또는 선배의 위치에서 제각기 다음세대를 기루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무보가 남겨주고 간 유산과 빚은 맡기 싫으면 피할 길이 있지만 전세대(前世代)의 유산과 빚은 싫든 좋든 송두리째로 새 세대가 물려받아야 하기 마련인 것이다.
요지음 우리나라의 학원은 극도로 질서를 잃었고 이 무질서한 틈을 타서 가공(可恐)할 병마가 침입하고 있다. 사회의 혼란과 치자의 무성의와 선배들의 방관(傍觀)도 원망스럽거니와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교육자들의 그릇된 사상(思想)이다.
교육은 인간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완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모든 학교시설과 학문과 교재와 교사(敎師)는 피교육자의 인간완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고 가정과 국가와 교회는 제각기 교육에 있어서의 독자적 사명과 자기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목표가 인간의 인격을 완성시키는데 있다는 전통사상은 한때 전체주의 군국주의사상과 싸워왔고 오늘도 공산주의사상에 대립(對立)하여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신(天主) 앞에 평등한 인격은 제마다 동등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다른 인격의 보속물(附屬物)이 될 수 없으며 더구나 국가나 군주(君主)를 위한 편의한 도구나 부속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나 학교설립자는 피교육자의 인간완성에 필요한 모든 환경과 학과목과 교사(敎師)를 마련하여야 하고 특히 교사는 교육의 목표가 유능한 기계인(機械人)이나 체계없는 많은 지식을 수집하고 있는 소위 백과사전인(百科辭典人)이나 혹은 노동력이나 군사력이 큰 노동자 군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진실한 사상과 체계있는 지식을 가진 완성된 전체인(全體人)을 만드는데 있다는 것을 자각 하여야 한다. 학도는 자기인격을 도야(陶冶) 지도하여 주는 자를 스승이라 부르게 되고 교사는 학도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교권(敎權)이 서고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재삼 각성하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교사는 첫째로 자신이 진실하고 체계있는 확고한 인생관을 가져야 하고 둘째로 자기가 담당한 교육분야에 있어서의 충분한 학식과 교수능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로 교육자로 자처(自處)하기에 넉넉한 열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요지음 곳곳에서 일어나는 학원의 혼란도 모두 사상을 갖지못한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어용학자의 배척, 무능력 무성의 교사의 배척, 존경할 수 없는 교사에 대한 교권의 부인(否認) 또는 학교재단의 기업화(企業化) 방지를 위하여 들고 일어났고 그 수습책의 졸열(拙劣)은 점점 저 혼란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교와 교사가 독재 정권의 정치적 이용물이 되어 검다고 가르쳐 오던 것을 희다고 하고 흰 것을 검다고 할 때에 교사는 생명을 잃고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학도들은 그런 거짓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하여 수업을 거부하고 교사를 배척하는 농성 투쟁 또는 데모를 하게 되었고 이 기운은 비단 교육계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를 휩쓸어 방방곡곡에까지 파급되고 만 것이다. 투쟁은 이치(理致)가 통하지 아니하여 평화적 해결방법이 없을 때에 부득이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해결방법이다. 그러한 투쟁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상투수단(常套手段)으로 이용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한 것이다.
특히 요지음 전국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교원노동조합 결성운동에 대하여는 이미 먼저번 사설(社說)에서 논평하였기에 재론하지 아니하겠으나 계급투쟁의식과 푸로레 계급독재를 합리화(合理化)하기 위한 노동자의 개념(槪念) 확대는 시정되어야 할 사상이다. 선진간국(各國)에 있어서도 처음에 근로자의 단결권이 인정되어 고용주(雇用主)에 대항수단으로서 각종의 조합협의회 결성운동이 일어났을 때에 좌경(左傾) 사상의 영향을 받아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노동조합 결성운동이 일어났으나 육체노동자와 정신노동자의 경제사회에 있어서의 지위와 역종(役種)의 차이로 말미암아 결국은 공무원 조합 또는 협회는 그 특수성에 맞는 특별법에 의거하여 움직이게 되었고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인간의 품위를 보존할 수 있는 최저생활의 위협을 받게된 육체노동자 및 자유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에게만 그 노동조건과 생활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재정된 노동법을 적용케 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교원은 다른 공무원이나 정신노동자와 달라 수많은 학생의 이해관계(利害關係)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피고용자로서의 이익보호를 위한 국가 또는 고용주에 대한 대항수단도 또한 스스로 달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