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월15일, 교황 <레오> 13세 성하의 노동회칙(勞動回勅) 「레룸·노바룸」 반포 제70주년을 맞이한다.
「로오마」 성청에서는 이날을 기해 전기 회칙을 보충(補充)하는 <요안> 23세 성하의 회칙이 반포될 예정으로, 교회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JOC에서는 오는 11월 초순경 그 성대한 기념준비를 마련하고 있는줄 알고 있다.
「레룸·노바룸」은 1891년 5월15일, 자본제도(資本制度)와 노동자에 관한 지극히 현실적인 사태(事態)를 분석(分析)한 위대한 영단(英斷)의 교황님 <레오> 13세 성하의 회칙이다. 이와 더불어 그 후 40년, 1931년 5월15일에 반포된 「과드라제지모·안노」(비오 11세)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노동헌장(勞動憲章)인 것이다. 이와같이 1941년 1월1일의 <비오> 12세의 「라 소렌시아 델라」도 중요하다. 그 때문에 원 회칙명(回勅名)은 「레룸·노바룸」이지만 각 국 역(譯) 「타이틀」은 노동이란 말을 붙이고 있다. 영역은 「노동계급의 상태」라 했다. 우리말 번역 역시 「사회질서 대헌장(社會秩序 大憲章 李海南 譯)」이라 했다.
<레오> 13세께서는 현대와 그 문명을 신랄히 비평하고 경고하는 동시에 이를 단순히 단죄(斷罪)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땅히 행할 바를 명시(明示)해주고 있다. 즉 모든 반종교적 요소를 부정하는 한편 현대라는 시공(時空) 안에서의 문제성(問題性)을 일일히 들어서 분석하고 거기 맞설 건설적 방도를 순순히 타일러 주셨다.
여기 노동헌장 「레룸·노바룸」의 중요내용을 소개하면,
1. 사회혼란-사회주의로 해결 못 한다.
① 사회혼란의 요소 및 원인
② 사회주의와 소유권(所有權)
③ 사회주의와 가족제도
④ 사회주의(A) 부당한 국가간섭(干涉)의 수단(B) 불의(不義)에 근본을 두고 있음.
2. 가톨릭의 가르침만이 해결의 길을 닦아줄 수 있다.
① 교회의 전반적 사회 「멧세이지」
② 인간의 불평등, 인간고, 주인과 고용인 상호의 권리 의무, 복음의 정신, 역사를 통한 교회의 복지활동
③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
3. 임금문제(賃金問題)
① 재산과의 관계
② 임금에 의한 사회적 책임 및 노동자의 소유권리
4. 국가 안에서의 사설(私設)단체의 직능(職能) 및 특별히 노동조합의 기능
이렇게 그 어느 한 곳도 현세계의 문제이요 곧 우리의 문제인 것을 서슴치 않고 시인할 수 있겠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완전한 실업자만 2백만이 넘는다고 하니 연간 20만명씩 감소시켜 간다 해도 10년은 걸린다. 이런 상태는 비참한 노동사정을 만들고 있어, 비인간적인 노동대우에 가진 불법을 덮어놓고 한국적 실정이란 구실로 자행(恣行)할 수 있게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부자녀자나 연소자의 중노동과 싼 임금 등 이런 일이 모두 기업의 수지(收支) 면에서만 계산되고 있다. 거기 무슨 복지(福祉)를 베풀고 상태를 약속해 줄 대책은 전무(全無)하다. 헌법상 노동자의 권익(權益)이 보장되어 있고 훌륭한 내용을 갖춘 노동법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것이 노동자의 지위를 조금도 향상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보다 가톨릭 신자인 각자를 성찰(省察)해 볼 만하다. 우리가 저 교리문답책에서 배운 주인이 하인에게 할 본분(本分)은 무엇이냐? 하인이 주인에게 할 본분은 무엇이냐? 하는 정도의 교리지식만으로 나날이 변천하는 사회에 대처(對處)해 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먼저 느껴야 하겠다. 교회가 원하시는 참뜻에 무지하기 때문에 세속의 아들과 같이 행동한 일은 없는지. 남의 노동을 착취함으로 정당한 품값을 제때에 주지 않으므로 비참한 노동사태를 이용함으로써 횡재(橫財)한 일은 없는지, 이는 분명 제7계의 도적행위인 것이다.
또 크게 강조되어야 할 것은 노동의 값(價値)이다. 노동은 직접으로 천주님의 창조에 기여하는 바 신성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얼마전 가까이 있는 JOC 투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분이 어느 직장을 얻었으나 수입이 근소하고 노동직장인지라 대학출신의 「푸라이드」도 있고 해서 망서리던 중 JOC의 정신을 알고부터는 이제는 투사의 사명을 질머지고 거기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이 한 예로서 교회에서 가르치는 노동정신이 얼마나 값있는 것임을 인식할 수 있겠다.
가톨리시즘이 우리 사회에 흘러 들어가서 그곳을 제독(除毒)하고 정화하여 참으로 거기 생기(生氣)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 들고 나설 무기는 사회교의(社會敎義)인 것이다. 이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자신있게 나설 수는 없다. 먼저 이런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마련해야 하겠다. 이 문제를 연구할 조직이 있어야 하겠다.
오늘 노동헌장 「레룸·노바룸」 제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이 「악숀」을 위한 탄일(誕日)이요 그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때마침 가톨릭노동운동의 선봉인 JOC가 마치 포도줄기처럼 전국적으로 뻗어나고 있거니와 이 방면 즉 「레룸·노바룸」의 정신을 받드는 또 하나의 「악숀」 조직이 조속히 구성되기를 또한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