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수단을 혼동해서는 아니된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의사행위(意思行爲)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이 모든 행위의 궁극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체(國體)도 그 주권자가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조국의 국토가 16년 동안이나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비통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 땅의 정치가나 백성은 한결같이 국토통일을 부르짖어 왔고 지금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의 통일이 정치나 국민운동의 목표는 될 망정 우리의 목적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왜 통일을 하려는가? 대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나라 모든 백성이 보다 복되이 살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 적어도 다대수의 국민이 국토의 통일을 원하고 또한 그 원의가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땅이 공산화되더라도 국토를 통일해야 한다든가 공산당의 음모를 알면서도 민주주의 이론에 충실하기 위해서 언론 집회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본말(本末)이 전도된 일이다. 공산국가가 백성을 복되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들이 눈으로 보고 있는 사실이며 적어도 이 땅에 사는 절대다수의 백성은 공산사회를 원치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것도 사실이다.
본지(本紙)는 계속적으로 모든 공산사회의 새로운 비극을 보도하고 그 비인도적인 죄악을 규탄해 나왔을 뿐 아니라, 특히 이 땅에서 공산사상에 뿌리박은 또는 그것이 전망되는 모든 정치, 사회, 문화운동을 지적하고 사설, 논설, 문화란을 빌려 이론적으로 풀어 깨우치며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나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4월의 반독재혁명으로 이룩된 장정권하에 있어서는 정치태세의 미비와 혼란을 틈타 독재에 대한 백성의 증오심과 승리감을 교묘히 이용하여 과거의 반공정책을 독재와 결부시켜 감정에 민감한 나어린 학생들과 사리판단이 분명치 못한 일부 백성을 앞세워 공산화 운동의 무대를 확대시켜 나왔으며 결국은 국토통일이란 국민의 열광적인 욕망에 호소하여 남북의 정치협상, 국민협상, 언론인 협상 심지어는 학생협상운동에까지 이끌어나와 공산화 운동을 실현시켜 보려던 찰라에 이번 군사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원래 본지의 사명이 정치비판에 있지 아니하므로 정치문제에 관하여는 타지(他紙)에 할애(割愛)하고 여기서는 다만 가톨릭 사상과 호교(護敎)운동에 있어서 측면적이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충돌되는 공산사상, 공산화 정책에 관한 비판만으로 자족하고저 한다.
군사혁명 정부는 목표의 하나로써 철저한 반공을 내세웠을 뿐 아니라 장의장(張議長)은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1로 삼겠다고 성명한데 대하여 우리는 그 현명한 정책을 고무 격려하는 동시에 백성은 우리나라의 실정을 돌보지 않고 선진국의 민주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려는 경박한 생각을 지양해주기 바란다. 정책이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민주이념을 가진 국가에 있어서도 그 정책은 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공산진영의 위협을 눈앞에서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산침략을 경함했고 그 회상이 잠시도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아니하는 이 나라의 반공정책은 다른 민주국가의 그것과 확실히 달라야 할 것이다. 우선 공산운동 또는 그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모든 운동을 철저히 저지하여야 하는 동시에 그러한 사상이 생기는 온상을 없이하고 사상적으로 공산주의의 비인도성(非人道性)을 모든 백성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사상에 대한 도전(挑戰)은 결국 사상으로 해야 한다. 탄압과 기타 수단에 의한 외부적 억제는 한정된 기간 내에서 속효(速效)를 바랄 수는 있으나 그러한 사상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기 위하여는 사상적 비판과 올바른 이행__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도대체 우리 백성 중에 가면을 벗은 공산주의의 정체를 알고 그 의도하는 목표가 어데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지? 공산운동의 「미리땅」이 아닌 대부분의 가담자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범하고 있다는 실정을 직시하여 시급히 공산주의의 정체를 백성 앞에 폭로하고 그것이 인류사회 전체의 파괴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명시할 수 있는 다각적인 사상교육이 지체없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언하는 동시에 한편 그들이 말하는 소위 「부르죠와지-」에 속하는 사람들은 검소한 생활을 통하여 자숙하는 동시에 자선심(慈善心)을 발휘하여 약자(弱者)를 도와 빈(貧)한 자의 계급투쟁의식을 도발치 앙니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한걸음 더 나아가서 노자협조의식(勞資協調意識)으로 전환시켜 투쟁사상에서 평화사상으로 유물사상에서 천주께로부터 받은 인격주의 사상으로 선도해야 할 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