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닷새밖에 남지 아니했다. 편견과 사욕과 독재로 부패된 이정권(李政權)을 몰아낸 제2공화국의 백성들은 이번 총선거에 당선될 민·참의원에게 시련많은 조국의 앞날을 걸고 있다. 많은 낯선 정객들이 출마했고 가톨릭신자인 입후보자도 근 40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들은 짧은 기간이나마 출마자들의 정견을 들었고 인품도 알아보았을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인 백성이 주권(主權)을 행사하는 기회는 이와같이 우리들의 대의원을 선거할 때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도 의젓한 주권행사를 못해봤다.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자유의사를 강탈당하거나 사기꾼 같은 정상배(政商輩)의 궤변에 넘어간 유권자가 적지 아니하였을뿐 아니라 사전투표, 가진 방법의 부정개표 심지어는 투표함의 바꿔치기 사기계표(計票) 등으로 인하여 한번도 백성을 대변하는 진정한 국회를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문에 나라는 점점 가난하여지고 관기(官紀)는 부패하여 머슴이 큰 소리치며 주인의 고혈을 뽑고 가슴팍에 총알을 쏘게까지 되었던 것이 아닌가. 국운(國運)을 바로잡으려는 애국자를 국적(國賊)으로 알고 천주의 말씀을 따르는 자를 공산당이라고 공언하게까지 되었던 것이 아닌가. 모든 유권자들은 몸서리치는 체험을 통하여 이번 총선거에 임하는 마음 안에 분연(憤然)한 각성과 결심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도 기원자(棄權者)가 없어야 하고 한 표도 무효표가 없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 있어서 민의원선거는 종래(從來)와 같은 방법으로 하니 설명할 필요가 없으나 참의원은 제한연기명식(制限蓮記名式)이라고 하여 그 구역(서울特別市 및 各 道)에서 선출될 참의원 정수(定數)의 반수(半數)까지 한 사람이 한 투표용지에 기표(記票)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특히 주의할 점은 모자라게 기표한 투표용지는 그대로 유효하나 하나라도 붓대롱을 더 찍으면 그 투표용지가 송두리채로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입후보자 중에서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한 사람밖에 없는 경우라면 그 한 사람에게만 기표하는 것이 가장 그 후보자의 당선을 높혀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번만은 속지 않아야 한다. 모든 출마자의 인품과 사상과 역량(力量)을 통찰(洞察)하여야 한다. 첫째로 민의를 대변하고 양심을 지켜 공익(公益)에 봉사할 만한 인품과 주의(天主) 뜻을 따르는 신앙을 가진 자라야하고 둘째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역량이 문제된다. 적어도 신(神)의 존재와 인권의 존귀함을 알고 무신론과 공산주의와 좌경(左傾)사회주의를 명확하게 배척하는 사상을 갖지 못한 자에게는 투표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먼저 진실히 그리스도의 사상을 생명으로 하는 가톨릭신자에게 투표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세워진 교회의 일원인 모든 신자들은 마땅히 이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세워진 교회의 일원인 모든 신자들은 마땅히 이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밀가루 배급 때이면 밀가루 교우, 선거 때이면 선거교우가 나타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문중에 신자가 있으면 그 이름을 내세워 성당문간에서 표구걸(求乞)을 한다. 물론 외교인을 교회안으로 불러들이는 천주님의 성소는 여러가지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름뿐만인 신자 또는 신자의 근친자에게 투표하여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동시에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전교지방에 있어서는 교화와 신자의 이름을 함부로 파는 자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의 흥망을 걸고 나서는 존귀한 주권행사에 감정의 장난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멀리 그 결과에 미치는 비중(比重)을 달아보아야 한다. 또 아무리 입후보자가 많다 해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선(最善)이 없으면 차선(次善)을 택하고 차선도 없으면 적어도 악(惡)을 물리치기 위하여 반(反)가톨릭적 더욱이 공산,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인물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투표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가까운 예로서 지난번 「이태리」에서 2차대전이래 오늘까지 정권을 잡아오던 기독민주당(基督民主黨)은 다수당이 되기 위한 불과 26석의 협력자를 구하는데 있어서 「왕당파」와 「네오 파씨스트」와의 대휴(帶携)를 배척하다가 공산당과 사회당의 연합게력에 의하여 밀려나게 되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또 「볼리비아」의 대통령 선거때에도 90%가 넘는 신자를 가진 국가이면서도 신자들의 무기력 경솔 또는 무책임한 투표로 친공적(親共的)인 좌익 단체인 『국민혁명운동』 단체의 지도자 <에스텐쏘로>를 당선시켰지 아니하였던가. 최근 「시시리」의 전국 주교교서는 직접 간접으로 사람을 공산주의와 그와 동맹한 사회주의로 유도하는 모든 운동을 규탄하였다. 우리나라는 지금 4·19 혁명 전후를 계기해서 반공진영이 약화되어 있다. 이 틈을 타고 공산주의 또는 무신론적인 사회주의 사상이 교묘한 수법으로 침입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直視)하여야 한다. 이와같이 중요한 시기에 놓인 우리들은 이번 총선거에 있어서 진실한 가톨릭신자에 많은 의석(議席)을 주고 적어도 좌익사상을 가진 또는 가질 위험성이 있는 인물에게는 단 한자리라도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다같이 명심하고 투표장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