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혁명의 대변자요 제2공화국의 위정자(爲政者)를 뽑았다. 이땅에 사는 모든 겨레가 땀을 쥐고 관심하던 7·29 선거는 대체로 기대에 크게 어그러짐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백성들은 공산당과 사회주의를 무서워했을 뿐 아니라 혁신세력을 밎이 아니하였고 몸서리나는 궤변가(詭辯家)들이 기만과 탐욕(貪慾)으로 나라를 망친 독재정권의 잔재(殘滓)를 뿌리채로 뽑아버리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나면서부터 그 헌법 제1조에서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였으나 백성들은 여태 민주공화국 아닌 독재국의 종사리를 해왔다. 그리고 보면 이번 혁명이 처음으로 이 땅에 민주주의공화국을 세울 터전을 장만하였고 그 일꾼으로서 이번 총선거에서 민·참의원을 뽑아 이 중대한 과업(課業)을 맡기게 된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정치는 어떤 군주(君主)의 자선(慈善)도 아니오 어떤 학자의 창안(創案)도 아니다. 백성의 사회적 또는 정치적 교양이 높아가는데 따라 일어나는 인권(人權)에 대한 각성과 대당(對當)하는 사회정세와 더불어 백성들이 독재에 대결(對決)하여 스스로 찾아낸 정치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민주정치는 정치제도에 앞서는 백성의 교양이 문제된다. 그러나 이 논리(論理)는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정치사(政治史)에 등장할 그때의 이야기고 오늘과 같이 모방기(毛紡機)에 놓인 후진국들의 민주화운동에는 그대로 적용될 성질이 아니다. 교양이 없는 백성일수록 민주적 위정(爲政) 아래서 빨리 민주주의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기대기 전에 먼저 기댈 수 있는 국민을 기르어야 한다. 백성은 주권자이면서도 정치인은 아니다. 더구나 이나라 백성은 정치적 교양이 뒤떨어져 있다. 그럴수록 위정자들은 백성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조하여야 하며 민주정치의 바탕이 되는 여론이 건전하여질 수 있는 계몽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절대다수의 의석(議席)을 차지했다. 여기서 그 원인을 캐지않고 묵과(默過)할 수 없다. 이번 출마상(出馬相)을 보면 무소속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민주당 혁신세력 자유당의 순서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스스로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많은 당선자를 냈다. 그 이유중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과거 독재정권의 횡포 밑에서 비참히 밝혀가며 싸워나온데 대한 백성의 동성심리가 절대적으로 작용하여 민주당에게 한번 정권을 잡혀주자는데 있었다고 본다. 그 다음의 원인은 정당정치를 내용으로 하는 의원내각(議院內閣)제도를 가진 제2공화국의 국회는 정치적 과거(過去)가 있는 확실한 정당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지식인층의 관점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첫째 원인으로 볼 때에 민주당은 백성의 절대한 동정을 받았다. 그러나 미래(未來)를 위해서라기 보다 과거(過去) 때문이오 정치적 지지(支持)라기 보다 바꾸어 시켜보자는 시험적(試驗的) 욕구 때문이다. 둘째 원인에 있어서는 민주당 외에는 대결할 만한 정당이 없었기 때문에 취사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여 일당(一黨) 정치의 감을 주는 민주당 소속 의원제공 올바른 자아인식(自我認識)을 촉구하는 동시에 감당해 나가기에 심히 벅찬 기대를 가지고 있는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도록 각자가 자성자각(自省自覺) 하여 비장한 희생과 실천이 있기를 바란다.
제공(諸公)은 이나라 백성들과 함께 동양적인 전제주의, 권위(權威)주의사회의 역사 위에서 살아왔고 이기(利己)와 정권욕의 권화(權化)이면서도 겉으로는 애국애족을 내세워 갖은 궤변과 위선(僞善)으로 백성을 농락하고 독재하던 <이승만> 정권 밑에서 살아왔다. 오늘부터 혁명국회의 선량제공은 백성의 저주받는 이나라 정치 사회의 과거를 되풀이 해서는 아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새 사고(思考)와 판단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정의(正義)를 창조하려는 영웅주의적(英雄主義的)인 독선과 스스로를 저버린 노예근성(奴隸根性)을 씻어버려야 한다. 백성의 자유와 복리를 위하지 아니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고 횡포이며 정의(正義)의 구현(具現)을 위하지 아니하는 정책(政策)은 독선을 위한 간책(奸策)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끝으로 특히 가톨릭신자인 국회의원 제공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물론 수가 적은 탓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하겠으나 체계있고 이념(理念)에 투철한 가톨릭 정치관(政治觀)은 혼돈된 이 나라 정치질서에 있어서 지대한 공헌과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모든 선량의 판단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