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하면 아주 낭만적으로도 생각했다. 그래서 「집시」=「집없는 천사」가 시(詩)의 소재(素材)가 되기도 했다. 「하늘을 집웅삼고 떠도는 신세」는 오히려 거침없는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희랍」의 철학자 <디우게니스>의 「나무통」 지생활이 어러러 보이기도 하고 「솥」 안에서 잠잔 <김삿갓>이 부러워 보이기도 하고.
▲현재 우리나라서도 「집시」가 가자기 유행함은 이것도 「구라파」적으로 선진(先進)한 셈인가? 수만(數萬)의 한국인 「집시」떼에 대해 그 본산(本山)인 「구라파」사람들도 놀랄 것이다. 『한국인도 꽤 낭만적인데……』하고
▲이(李) 정권 때부터 「판자집」 문제는 말썽거리였다. 하늘에 머리둔 사람치고 초가삼간이라도 제집 가지길 원치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후라스코>의 「第八曜日」의 주인공처럼 적어도 사방이 가리워진 곳이나 「이타리」 영화 「지붕」에서 보여주는 혼둘리도 좋으며 천수(天水)는 피할 수 있는 곳이나마 내집이라고 가지길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제2공화국 -4월혁명이 이룩한 공화국-은 적어도 이 정권의 수법을 답습(踏襲)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판자집」 7천을 대책없이 강제로 헐어뜯다니?
▲「UN국제범죄회의」는 소년범죄의 원인이나 동기를 모두 『불건잔한 가정에서 비롯한다』고 했다. 또 소년범죄는 『날로 증가한다』고도 했다.
▲흔히 깨끗지 못한 집을 「돼지우리」같다고 한다. 이런 데서 사는 것이 생활이 될 수 있나? 따라서 올바른 가정교육도 꿈이다. 순경을 늘이고 밤 잠도 못자게 들복는데 쓰는 예산으로 근본적으로 범죄가 생길 수 없게 하고 인생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데로 돌리면 어떤가?
▲ 우리나라 인구 증가에 정비례해서 집은 연간 8만동(棟)은 세워야 하는데 이제 겨우 2천동을 짓는 모양. 한세대를 다섯식구로 보면 40만이 느는데 집을 갖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불과 1만이요 나머지 39만은 또 「집시」가 되어야 한다. 국민생활을 「낭만화」 「시화」(詩化)한다는 「문화정책」이라면 모르되 그래도 분수가 있겠지! 각의(閣議)에서는 어떻게들 의론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