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륜(經倫)의 목표가 되는 국리민복(國利民福) 또는 국민의 행복은 건전한 사상적 기초 즉 백성을 행복하게 하는 올바른 도덕과 신앙 위에서만 얻을 수 있다.
도덕과 신앙에 관한 문제는 국가의 위정자(爲政者)가 보살펴야 할 문제인 동시에 특히 교회가 자기사명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높은 장벽에 둘러싸여 외계와 절연(絶緣)되어 있던 이 나라가 해방과 더부러 급작이 세계를 벗으로 사귀게 됨으로부터 굳어있던 호기심(好奇心)의 폭발과 밀려드는 오래 사상의 소화불량에서 오는 사상적 혼란은 청운을 품고 솟아나는 새나라의 삯을 미친 사람 같이 무참히도 짓밟고 있다. 묵은 세대의 후견(後見)을 받아 이룩된 현세대는 새세대를 올바르게 후견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제2공화국의 건국사(建國史)는 다행한 일이로되 한편 자손만대를 두고 씻을 길 없는 기성세대의 치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냉정히 비판할 때 기성세대는 어버이의 자격을 잃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 나라의 장래를 걸머질 새 세대는 후견세대를 잃은 호래자식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사실을 통곡하고 늦으나마 것잡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보다 자기변명에 급급한 자가 대부분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들이(기성세대) 자랄 때에도 어른들이 노상 앞날을 걱정했지만 되고보니 그래도 옛날보다 나은세대를 이룩하지 아니했는가 하는 자위(自慰)로 새 세대의 앞날을 걱정하지 말자는 무책임한 낙관(樂觀)을 오늘의 우리는 그대로 받아 드릴 수 있겠는가?
수천년의 전통을 가진 권위(權威)주의 사회에서 시달리고 전제적인 봉건사회에서 억눌려 살던 우리들은 자연 발생적인 물리적인 반발에 몸을 맡껴 극(極)에서 극으로 튀는 쾌감(快感)에 및 위험을 잊고 있다. 각자가 자기의 본분과 의미를 지키지 아니하면서도 자유만을 얻으려 하고 관섭없이 살고자 하다.
서양의 문하 중에서 이러한 취미과 호기심에 맞는 것만을 골라서 수입(輸入)하고 그것이 서양 문화의 전부인양 서양의 오늘을 가져온 고귀한 문화인 양 잘못 선전되고 있다.
선진각국을 제 눈으로 보고 왔다는 사람들도 지기 취미에 맞는 것만을 찾아다니며 자기식으로 알아듣고 돌아와서는 이곳 백성의 호기심에 호소하여 절찬을 받으며 선진연(先進然)하고 영웅연(英雄然)하고 있다. 이 취미와 호기심은 관능주의 향락주의가 아니면 적어도 전통의 대각(對角)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도입되는 거개(擧皆)의 사상은 인간을 신(神)으로 향(向)하게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보다 나은 인간으로 향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짐승으로 격하(格下)시킴으로써 육욕적(肉慾的) 향락을 합리화(合理化)시켜 보려고 하고 있다.
악(惡)의 지식은 선(善)을 위하여는 소용되지 않으며 인간은 처음부터 선을 딸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따르고저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선을 변증법적(辨證法的)으로 더욱 잘 알려면 악을 알아야 한다. 악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스스로 체험하는 것이다』 라는 사상은 새 세대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를 위협하고 있다. 신문 잡지에 실리는 소설이나 거리마다 나붙은 영화광고는 알게 모르게 이러한 사상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파스칼>의 말과 같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葦)』다. 인가은 악의 유혹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졌으나 일단 악에 떨어진 뒤에 재기(再起)하기는 매우 힘든다. 악에서 얻은 지식은 선을 위하여 사용하기 던에 이미 자신을 악으로 글어 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가장 대중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영화(映畵)이다. 근자 거리마다 극장 영화관이 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대만원을 이루는 호경기 시대가 왓다. 우리는 결코 영화의 문화적 공헌을 경시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화(外畵) 가운데나 국산영화 중에서도 윤리면에 있어서 재검토되고 단속되어야 할 것이 허다(許多)히 눈에 띄인다. 위서 지적한 인간의 격하(格下), 육욕생활의 합리화, 향락주의, 성(性)윤리의 혁명, 투쟁과 잔인(殘忍)에 대한 쾌감 등을 선동하여 도덕적 타락을 재촉하고 있다.
이와같이 날로 허물어져 가는 도덕생활 윤리생활을 목격하고 있는 위정자 특히 한국 교회늰 여기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하루속히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