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에 일어난 통한(統韓)방법에 대한 시비는 모든 백성을 긴장케 하였다. 국토가 양단된지 15년동안 위정자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쉴새없이 외쳐나온 남북 통일은 우리의 가장 절실한 숙원(宿願)이면서도 어쩐지 날이 갈수록 하나의 공상같아지고 적어도 자국(自國)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길 없는 요원(遙遠)한 수수께끼로 돌려버리려는 경향이 없지 아니하다.
유엔(UN)이 해방을 시켰으니 통한도 책임지라는 것인지? 아무튼 그동안 정치인의 진지한 노력이 부족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4·19의 거대한 혁명과업의 주인공이 된 젊은 학생들은 부패한 기성세대를 대신해서 제2공화국을 이룩하게 하였고 나아가서 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의 방도를 모색하여 보자는 것이었다. 이미 월여전(月餘前)부터 몇몇 대학 신문지 지상에 중립통한론이 실리기 시작하였고 때마침 발표된 미국 상원위원 <맨스필드>씨의 『오지리식 중립국으로의 통한론』의 자극을 받아 서울 대구 부사의 각 국립대학 학생들이 연달아 중립국으로의 통한방안을 들고나서 기성세대를 떠밀어 내고라고 실현시켜보려는 기세를 보였다.
이러한 젊은 사자들의 애국운동은 정치인은 물론이고 모든 기성세대를 긴장케 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젊은 학도들의 방공의식과 공산주의 전략(戰略)에 대한 방위태세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은 곳 『젊은 세대에 대한 방공교육은 과연 충분한가?』라는 의아스러운 자문(自問)에 봉착하게 한다. 6·25 사변은 그들이 아직 철나기 전의 일이었다. 그들의 기억중에는 공산군의 짐승같은 만행과 공산정치의 기만(欺瞞) 착취, 독재, 살륙(殺戮) 보다도 오히려 피난생활에서 사귀었던 어떤 벗과의 관계나 지방풍속이나 풍경에 관한 추억이 더 클 것이 아닌가.
4월의 젊은사자라는 칭송을 받는 그들의 애국심과 용감한 투쟁력은 믿고도 남음이었다. 만약 그들에게 방공지식이 충분치 못하다면 기성세대는 차제에 크게 각성하여야 할 것이다. 깊이 뿌리박혔던 독재정권을 맨주먹으로 무너뜨리고 제2공화국을 세운 혁명 학생들을 극구 찬양하던 입에서 이제와서는 학생이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은 교육법 위반이니 하는 논법으로 중립통한론을 진압하려 하니 점점 우슴꺼리가 되기 마련이고 믿음성 없는 정치인들의 탈선적인 정쟁(政爭)은 특히 혈기가 왕성하고 실천력이 강한 젊은이들의 주먹에 땀을 쥐게 하고 있지 않는가.
기성세대는 지금부터라도 한시바삐 각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공산주의의 반인간성(反人間性)과 이론적 모순을 지적하는 동시에 특히 6·25를 통하여 체험한 지식을 새 세대에 깊이 넣어주어 그들의 방공의식을 튼튼히 해주어야 할 것이다. 설령 어떠한 방안으로 지리적으로 남북이 통일되었다 하드라도 사상적 통일이 없거나 또는 공산주의 국가가 되어 버렸다면 지금보다 나흘것이 무엇인가?기성세대는 하루속히 통한하고자 하는 젊은 학도들의 통한론을 애국운동으로 받아들여 더욱 슬기로운 방안을 연구케 하는데 백방으로 독려 협조하는 동시에 특히 정치인들은 앞으로 백배 천배 이 문제에 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고 실현케 하여야 할 것이다.
철저한 가톨릭신앙을 갖지 못한 자는 무신론(無神論)으로 떨어지기 쉽고 신을 밎지 않는 자는 공산주의의 교묘한 이론에 떨어지거나 아니면 적어도 호기심이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이유가 정치적 이익에 있는 자는 언제나 공산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 이유가 무신론적 사관(史觀)에서 오는 반인간성(反人間性)에 있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여야 하며 인간을 신(天主)으로부터 아사가는 지옥의 붉은 입발에 걸려들지 않도록 또한 앞으로 이 나라의 모든 자손이 그러하도록 노력하고 기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