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이 두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성당에 들리나 거리에 나가나 모두들 성탄준비에 바빠 보인다. 재빠른 상인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비롯해 장식품 선사용 상품 등을 다채롭게 진열장에 느려놓았고 「캬바레」나 「땐스 홀」 업주들은 어느 기독교인 보다도 성탄준비에 머리를 쓰고 있으리라.
이제 성탄은 그리스도교들만의 축일임을 지나 모든 자유진영의 국제적 축일로 되어 있음이 사실이다. 우리 한국만 해도 8·15 해방전가지 몇몇 신도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아니한 「크리스마스」가 그후 해를 거듭함에 따라 일반화하여 시골사람들까지 「카드」를 교환하게끔 되었다.
구세주의 성탄을 경축하는 이의 수가 날로 늘어가고 있음은 한편 반가운 일이긴 하나 참된 뜻에서가 아니고 오히려 그릇된 이유에서 악용되고 있음을 볼 때 때로는 한심하다 못해 눈물겹다.
무슨 까닭으로 고요하고 거룩하여야 할 성탄밤이 소란과 봄죄의 밤으로 바꾸이는 것일가! 도대체 연극 · 영화 「파티」 음주 「땐스」 따위들이 구세주의 겸손하고도 평화로운 탄생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러한 서글픈 현상은 성탄의 참된 뜻을 알려지지 못함에서 오는 결과일 것이다. 본란은 이미 장림시기의 의의와 우리의 태도에 대해서 밝힌 바 있거니와 이제 또 몇마디 성탄밤을 어떻게 지내야 옳을 것인지 말하고자 하낟. 성탄이라 함은 영원한 천주 제3위 성자게서 이 지구 위에 사람으로 태어나심을 뜻한다. 그는 결코 대통령 혹은 지방장관들의 초도 시찰이나 외국 유람객들의 관광을 위한 내방(來訪)과는 달리 오직 마뒤와 죽음에 예속되어 있는 우리 인류를 죄에서 해방시켜 다시 천주게로 돌리고 완전한 복락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오시는 것이다. 영원한 창조주께서 유일한 피조물로 또 만복을 갖추시고 지극히 거룩하신 전능한 천주께서 죄에 더럽힌 인간으로 태어나시다니 이 얼마나 알아듣기 어려운 신비이며 감격인고! 그의 성탄이 인류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지극한 겸손의 표시일진대 어덯게 그 밤을 노래와 춤과 흥으로써 때울 수 있으랴.
그 밤은 무엇보다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되어야 하겠다. 동정녀 <마리아>께서 <갑엘> 천신의 보고로 예수를 잉태하게 되신 것도 고요한 기구중에 된 일이다.
애기 구세주께서는 돈많은 상인과 세력 있는 관리들이 자리잡고 있는 호화로운 「호텔」이나 술과 춤으로 법석대는 뒷골목 여관이나 불평객이 많이 찾아드는 변두리 하숙집에서 나시기를 원치아니하시고 오직 잡소리 하나 들려오지 아니하는 「베드레헴」 들판에 조용히 나려오시기를 원하셨다. 그는 또 재물과 음란과 명예심에 사로잡힌 사람들 틈에서 보다도 오히려 사욕에 이끌림이 없이 천주의 섭리대로 움직이는 동물들의 밤 그릇 위에 누으시기를 더욱 원하셨다. 그리고 체면과 허영과 야심과 아첨에서 찾아드는 이기적 인간들에게서 보다는 겸손되고 순박한 목동들의 방문에서 훨씬 많은 기쁨을 맛보신다.
그렇다면 우리의 태도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옳지 않을까 흔히 하는 말에 자시(子時) 「미사」까지의 공간을 메꾸기 위해서 더구나 먼 공소에서 온 교우들의 밤중 「미사」까지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연극을 하거나 주로 학생간에는 축하 「파티」를 여는 것이 합리적인 듯이 이유를 들지만 이것은 성탄을 위한 경건한 준비가 못되고 속된 것에 불과하다.
성탄밤의 참된 내림은 자시 「미사」때에 영성체로써 실현되는 것이니 가장 중요한 준비란 바로 이를 위한 준비일 것이다. 즉 무엇보다도 먼저 완전한 고해로써 성총의 통로를 가로 막는 죄의 장애를 치워없애야 하며 그다음 교회의 규정대로 세시간 공심재를 착실히 지키고 고요히 기구하며 기다려야 한다. 축하연이나 선물교환이나 영화 연극 같은 것은 25일날 얼마든지 할 시간이 있으리라. 거룩한 밤이어야 할 성탄이 세속인에게 악용되고 있음을 통탄하기에 탚서 우리 신자들이 먼저 좋은 모범을 보여야 하겠다. 그것은 죄에서 찢기운 결백한 영혼의 보존과 강생의 시니를 묵상하며 조용히 바치는 기구가 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