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社說)에서 못다말한 것을 적어보겠다. 가톨릭 출판물이 지지부진(遲遲不進)한 것은 첫째 반듯한 것을 못내고 있는 때문이다. 그러니 당무자들이 힘써 좋은 것을 내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실상, 그런것만도 아니다. 이미 출판된 교회서적 목록을 들여다보면 그 구색(具色)이 참 흥건하다. 만일 정성만 있으면 필요한 지식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성인의 개종담에서 듣는 거와 같이 『나는 그때 우연한 기회에 그 책을 읽고 곧 마음이 움직였다』 하는 것은, 필경 지성(知性)을 돌릴(回頭)만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교회서적들이 좀 딱딱하고 어렵게 쓰여져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서적 그것도 대중잡지 등과 비길때 매우 읽기 어렵다. 이 점은 힘써 시정되어야 겠지만, 우리에게 만일 지식을 구하는 일편의 정성만이라도 있다면 그런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희유(稀有)의 철학자 이와시따(岩下壯一) 신부를 찾아 그의 철학강의를 듣고자 하던 어느 대학교원에게 『선생께서 내 철학을 듣기 전에 이 조그만한 책을 먼저 읽어셔야 합니다 - 그는 공교교리, 문답책을 집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이 책은 저 바티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을 줄이고 줄여서 다 실려둔 거와 같습니다. 참 귀중한 책입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대학교원은 참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농담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후 이게 진담이 되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문답책 한권이 안이하게 저술된 것은 아니다. 우매한 층을 계몽시키기 위해서만 쓰여진 것도 아니다. 교회문턱을 넘어서려는 최고지성인 까지라도 그 머리를 능히 씻어줄 수 있는 입문서인 것이다. ▲입학시기를 맞아 집안예산을 기울여 교과서를 사주고 참고서를 장만해주고 있다. 마치 음식으로 자녀들의 육체를 양육해주듯 머리로는 책을 먹(食)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당연한 이이다. 허나 그들의 모집이 커가고 지성이 사라나가면서 그 영성은 매말라가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어야겠다. ▲가톨릭 출판물로 영성을 굶주리지 않게 해주자. 풍성한 영성의 힘은, 머리와 몸을 잘 가누어 줄 것이며 마침내 암흑 속에 군림할 빛 같이 귀한자가 되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