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주(移住) 5개년 계획을 세웠는데 동 발표를 보면, 초년도에 550세대 (브라질), 2년도에 1,350세대(중남미 동남아), 3년도에 3,750세대, 4년도에 6,750세대, 5년도에 7,750세대 도합 2만백50세대를 이주시키고 그리고 초년도에 소요되는 경비로 국가부담 1억9천3백97만환(17만8천5백불) 이주자부담 7천8백만환(6만불 매세대 백30만환) 이주국가 부담 5천2백만환(4만불)이 계상되었다. 동시에 각의(閣議)를 통과한 해외이주법안도 발표하였다. 이것은 정부의 이민정책 내지 그 실행방법을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문제에 교회는 큰관심을 가졌다. 그 연고는 인구문제 해결에 근본적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문제는 용이하고 단순하지 않다. 이론은 쉽고 실천은 어려운 것에 속한다고 할까. 쉽사리 인구문제를 해결하자면 이민하면 된다지만, 여기 여간한 열성과 치밀한 계획 그리고 협조와 동정을 얻지 못하고서 성취될 수 없다. 그 실행절차를 잘 알고 있는 경험자의 말을 빌리면 이민책은 인구문제를 해결하는데 지극히 소극적인 방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나친 비관론 같기는 하지만 그만큼 제반 곤란이 수반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첫째 재정(財政) 문제이다. 인구과잉국(한국을 비롯한 인도 일본 등) 형편으로 이민절차에 소요되는 재정을 대담히 던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있다. 앞에 정부가 표시한 한세대에 소요되는 제 비용을 미루어 생각해도 짐작이 갈 줄 안다. 둘째는 이민국과 이민을 받아들이는 양 국간의 협정(協定)이 만족할만한 것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소리는 더 높아가고 있다. 또 위정자(爲政者)의 수완에 따라서는 더많은 이민을 실천해가고 있다. 이민을 경(輕)히 보는 것은 그 규모가 적다는데 있을 뿐이다. 그 때문에 교회는 이에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많은 권고의 말씀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로마에서 개최된 가톨릭국제이민회의는 그뜻을 족히 설명해준다. 또한 바티깐 성청 안에는 이민국(移民局)이 있어 필요한 원조를 베풀어주고 있다.
이민문제에 관한 교황교서 기타 문헌의 번거러운 인용을 피하거니와 대체로 다음 원칙에서 이민의 권리(權利)를 인정할 수 있다. ①자기 이익(利益)을 위해서, 그러나 단순한 개인주의에 떨어지면 정당하지 않다. ②인도적 견지에서, 그러나 이는 너무나 막연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정신적인 의미를 제공해 줄 수는 있다. ③최상의 뜻은 오직 그리스도교적 원리(原理)에 있을 뿐이다. 즉 만민은 천주의 모상(模像)대로 창조되었으며 한 공통된 아버지의 자녀로 그리스도에 의하여 구속(救贖)되었다는 것이다. 이 원리 위에 서지 않으면 그 근본을 알지 못할 것이다. 만일 이 원리를 수락한다면, 가령 어떤 편혐되고 이기적인 동기에서 이민의 제한을 진단(專斷)하는 행위 등은 비난을 받아야 하며 단죄(斷罪)될 수도 있다. 땅 위(한개의 遊星)의 인구를 보다 유용하게 흩어 놓는다는 것은 땅을 더욱 유효하게 개척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즉 이런 원리에서 본다면 오늘날 인구문제는 인구의 악분포(惡分布)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물은 애당초 만민을 위해 창조된 것이며 오로지 어느 국민, 집단의 전용에특권을 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에 머무르는 것이고 이제와서 복잡해진 인구문제를 원칙대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 잘못은 창조자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달려있음을 곧 시인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이론보다 긴급한 일이 있다. 지금 당장에 식량난을 해결하는 일책으로 필히 이민을 해야겠다고 나서는 인구과잉국에 대한 우선(優先)을 주는 일이다. 지금 이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으로서는 카나다, 오스트라리아 그리고 남미(南美) 제국이다. 이런 나라에 이민의 길을 터놓아야 할 것인데 막상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앞에 말한 정부의 이민정책 및 이민법안을 보고, 그것이 당장에 큰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뜻은 얼마든지 높이 평가할만하다. 범죄적 산아제한론 같은 지극히 무모한 짓과는 달리 혁명정부에서 가끔 제시해주는 각종 5개년 경제계획과 더불어 참으로 자랑할 만한 그리고 보람있는 정책을 수립했다고 본다. 중요 가톨릭국이 이민상대국으로 되어있는 만큼 그만큼 우리의 관심도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