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 주교들은 전국 신자들에게 고하노라』는 제목으로 소위 가족계획 또는 인공적 산아젷나을 배격하는 교회의 가르침과 전체 한국교회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한국 주교단의 공동교서가 발표되었다. 동 교서가 발표된 시기적인 이유로 보아 대사회적(對社會的)으로도 큰 성명이 되고 있다.

가족계획의 실행을 생활운동의 일부로 추진한다는 당국의 방침이 누차 공언(公言)된 바 있었고, 일부 잡지 등은 그 선전기사를 계속해서 실리고 있어 사회 전반의 이 문제에 대한 공기가 「찬성」에로만 흐르고 있는 실정에 있다. 거기다가 최근은 『의사 등의 낙태』에 대한 공소권(公訴權)을 면소(免訴)하는 법률까지 공포(公布)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때에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가정도덕에 대하여 도전해오고 또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흉악한 공격에 자극되어 자기들에게 맡겨진 신자들로 하여금 일반적 추악에 연루되거나 휩쓸림으로써 마침내는 질식되고 마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먼저 동 교서는 전신자들에게 주는 말씀인 것을 밝혔다.

그러나 인구문제는 오늘 세계적인 관심사인 것을 인정하는 바이며 이에 맞설 해결책은 식량증산 및 경제 성장을 크게 자극시키는 길이 있음을 제시하고 비단 가톨릭신자 뿐 아니라 천주의 법을 거사리고 자연을 거역하는 이 행위가 단죄(斷罪)되어야 하겠음을 지적하고 있다.

본란은 가족계획의 방법으로 선전되고 인공적 산아제한의 반도덕성(反道德性) 뿐 아니라 그것의 사회적, 경제적인 불합리성마저 상당히 지적해왔었다. 또 그것의 의학적 위험성도 상당히 논의해왔었다. 그런데 이번 주교단의 교서는 자연법에 전혀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그 연고는 동 교서에 나타나 있는대로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서 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시인한 까닭이라고 했다.

동 교서는 그 해결책으로

① 더 성숙하여지고 가족부야으이 능력이 더 갖추어질 때까지 결혼적령의 자유로운 연장, 그 이유는 많은 경우에 있어서 우리의 젊은이들의 결혼연령이 그 능력에 비해서 너무 조기(早期)인 까닭이다.

②축첩 폐습의 단호한 시정(是正). 합법적인 배우자 이외에 첩의 몸에서 출생하는 자녀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이다.

③극기(克己)의 정신 함양. 부부된 자는 영신적 지도자 및 유능한 의사의 지도 아래 주기적(週期的)인 금욕으로써 부부생활의 권리와 향락을 제어(制御)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주기적 금욕방법은 정당하게 사용되는 경우, 금지된 다른 피임방법들보다 못지 않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④인구밀도가 낮은 더 광대한 외국에로의 이민(移民).

⑤외국원조의 요청 및 그 실효적인 사용. 세계의 자원과 부(富)는 전세계의 인류를 위하여 창조되었으니 만큼 덜 행복한 민족의 필요에 대하여 그를 원조해 줄 의무가 있는 것이며 피원조 국가는 그것을 요청하고 받아들임에 있어 수치감을 느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상 5개 항목은 한국의 실정에서 그 해결의 방도를 준 것이다. 첫째 조혼(早婚)의 폐습을 지적한 것은 한국사회가 후진성을 걷지 못하고 있는 중대한 이유의 하나이며 결혼의 인격성(人格性)이나 사회성(社會性)을 돌봄이 없이 봉건가족제도의 과도한 제약(制約)에만 억매이었음을 솔직히 지적한 것이다. 생활능력과 결혼을 결부시킨 것은 젊은이들의 결혼관(結婚觀)에 큰 반성을 주는 것이다. 결혼의 목적이 자녀를 낳는데 있으면서 동시에 훌륭히 교육시켜야 할 주앧한 의무가 동반하는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이를 결단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항목은 젊은이들의 모임에서 자주 토론되어서 널리 계몽되어야 할 일이다. 다음 축첩의 폐습 역시 우리 사회에서 크게 논의될 문제이다. 이번 공동교서에서는 한 의문(疑問)을 풀어주는 것이 있다면 「오기노·크나우스」의 피임법(리듬·테오리) 즉 주기적 금욕법의 합법성을 말한 것이다. 한국 교회에서 교서로서 이의 합법성 뿐 아니라 권장하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의학적 지식이 요구되므로 특별히 가톨릭 의사(醫師)들은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지도에 나서야 할 줄 안다. 비록 교서에는 이런 말이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그 뜻을 새겨볼 때 이를 모든 가톨릭 의사에게 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각지 가톨릭 의사회(醫師會)에서는 이 문제를 의논하고 그 실행계획을 세워주었으면 한다.

다음 이민문제와 원조에 관한 것인데 이민문제에 대해서는 하나의 당면문제로 다룰만하다. 「로오마」 성청 안에는 이민국(移民國)이 있고 지난달 「로오마」에서는 세계가톨릭 이민회의를 가진 바도 있다. 한국에서 자주 들먹이는 「부라질」 공화국은 동국의 이민계획의 일부를 「부라질」 주 교단에 위촉한 바도 있다. (1960년도). 원조에 관한 그 도의성(道義性)을 말한 것도 주교단의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바라건데 이런 중대한 교서가 각 방면에서 숙독(熟讀)되고 또 그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원칙으로 하는 더욱 철저한 논의가 거듭될 것을 강조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