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패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잡는』다고 선언한 혁명공약의 실천에 우리는 중대한 그리고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었다.

그 하나는 사법(司法)의 민주화에 관한 것이다. 사법의 민주화란 가령 법원(法院)이 치자(治者)의 입장에서 소여의 재판만을 하는 존재가 아니고 민중이 용이하게 접근하여 자기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법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하는 줄 안다. 지금은 시간적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도중에 있다. 따라서 무슨 법이론(法理論)보다 혁명적 질서(秩序)가 우세(優勢)한 것이다. 그러나 부패와 구악을 일소해야 할 혁명의 목표에서 생각해 볼 때 현실적인 가능한 사법의 민주화를 또한 진지하게 다루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대법원이 최고회의에 제의한 바 있는 가정법원의 설치건의를 환영한다. 가정법원은 쉽게 말하면 소년범죄문제와 가정불화문제를 교정(矯正)하는 방향에서 그리고 예방적 견지에서 이를 다투어가는 가장 민주적인 사법정책의 실현을 도모한 것이다.

첫째 소년범죄문제 즉 통털어서 소년소녀문제가 오늘날 우리네 사회문제인 것은 자명하다. 신문 삼면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이적인 상승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헌데 좀더 파고들어보면 그 소년들이 먼저 가정환경이 대단히 불우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가난도 있고 가정불화도 있다. 파고들어가 볼수록 심상치 않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가정불화(不和)만 하더라도 이 역시 격증일로에 있으며 이것은 신문지상으로 표면화된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심각하고 또 많은 건수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교육수준은 결코 뒤떨어졌다고 할 수 없다. 고등교육을 받은 자의 수효만을 가지고 말하더라도 결코 얕은 수준에 있지 않다. 이렇게 교육이 미치는 힘은 높아가고 있는데, 가정불화문제는 그 어느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게 현대문명의 척도(尺度)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만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이 두 사실을 법원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물론 법원은 재판을 사명으로 하고 있지만, 이같이 심각한 사회적문제이요 동시에 인간의 문제인 것을 순법률사실(純法律事實)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법률제도(法律制度)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현행소년법(少年法)을 들여다 보면 「環境의 調整」이란 말을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

영국의 발달된 치안법원(MACISTRATES COURT)은 단순히 범법자만 처벌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입도록 소개해주기도 하고 가정불화에 있어서도 이혼을 방지하고 예방으로 이끌어 주고 있음을 본다. 이것은 순법률사실을 벗어나 사회성(社會性)을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은 가정법원은 선진국에 있어서는 상당한 발전을 보고있는 터이다. 선진국에서 하고있는 제도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실제 요구 및 모든 우리의 사회양상이 일익(日益) 같아지고 있다는 수많은 개관적 이유룰 열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년법원의 범위를 넓혀서 대법원 직속의 가정법원으로 발족하면 우선 하나의 모델로 실천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가정법원은 단순한 범률 테크닉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판검사 변호사 외에 심리학자 정신병의(醫) 사회사업가 및 종교지도자의 원만한 협동을 얻어 훌륭한 팀 워크가 구현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 모든 일에 다 그리하겠지만 제도만으로 성과를 얻을 수 없는 법이다. 그 제도를 잘 운영하는 사람은 얻어야 비로소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은 자명하다.

우리가 가정법원 등에 관심을 가지는 촛점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령 가정법원에 조정원 또는 참여자를 두는 경우 그 인선(人選)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조정에 임하는 전속직원을 두는 경우 그들의 인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에 모든 관건이 쥐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만큼 우리의 관심은 지대한 것이다.

소년문제 · 가정불화문제가 가정법원의 설치로 그 한모둥이의 해결을 볼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나의 시도(試圖)로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며 만일 이 제도가 실행되는 경우 교회는 자기 사명의 일부에 속하는 이런 문제 등에 항상 지도적 자리에 서서 요긴한 원칙을 제시하기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