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개정된 근로기준법(勤勞基準法=12月7日字法律第7百91號)을 보고, 그 내용은 물론이려니와 이것이 곧 시정(施政)의 개선을 약속하는 것으로 크게 평가하는 바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법(勞動法)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법률에 속한다. 노동법이란 것이 자칫하면 이상(理想)에 치우치거나 현실에서 비끄러질 수 있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에 현실에 맞도록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보면, 하나는 고용자의 권익(權益)을 신장(伸長)하는 방향으로, 또 다른 하나는 사용자(使用者)의 편의(便宜)를 도모해주는 방향으로 폭넓은 법체제(法體制)를 정비(整備)하고 있다.
먼저 고용자의 권익에 속하는 것으로서는 ①평균 임금액이 높아졌다(第19條) 근로자에 있어 직접적인 이익은 임금이다. 이 평균임금의 개념(槪念)을 고쳐 놓은 것이다. 이것이 아마 가장 큰 개정에 속할 것이다.
②사용자가 고용자를 해고할 때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설령 정당한 이유가 있어 해고시킬 때도 해고(解雇)하기 전 30일 앞서 해고 예고(豫告)를 해야하며, 그렇지 못하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通商賃金)을 지불해야 한다(第27條의 2) ③퇴직금(退職金) 지불제도를 확정했다. 종전에는 퇴직하는 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는 막연한 규정이던 것을 앞으로는 사용자가 그런 일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도록 되었다. 이것은 퇴직금에 대한 확실한 보장제도(保障制度)인 것이다(第28條).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서는(또는 사용자의 利益을 위한)
①1년 미만의 근무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종전에는 1년 미만에 대해서도 30일 이상의 임금을 지불해야 했었다(第28_) ②근무자의 사망 또는 퇴직하는 경우, 종전에는 사용주가 지불할 임금, 보상금의 지불청산기간이 7일이던 것을 14일로 늘이고 또 당사자간에 합의(合意)가 있으면 이 기간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第30條) ③사용자의 형편으로 사업장을 휴업할 때에는 종전규정은 6할 이상의 휴업을 지불해야 하던 것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는 부득이(不得已)한 사정이어야 하며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第38條) ④휴일(休日) 근무에 대한 임금은 임금의 5할 이상만 가산(加算)한다. 종전에는 임금 전액을 따로 지불하도록 되었었다(第46條) ⑤운수업 및 중요산업 부문에 있어서는 법정 총 근로시간(法定總勞時間)의 범위 내에서 초과근로를 할수도 있다(第47條의 2)
그밖에 18세 미만의 고용자를 30인 이상 쓰는 경우 업주(業主)는 일정한 교육시설을 하여야 하던 것을 장학금으로 대신(代身)할 수 있는 정도로 실행이 가능한 현실적 방법으로 개정한 것이다. 임부(姙婦)에 대한 보호휴가는 명문으로서 산전(産前)에는 30일 이내, 산후(産後)에는 30일 이상으로 유급휴가(有給休暇)와 무급휴가(無給休暇)를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2) 본란은 노동법에 보내는 세심한 주의를 거듭해왔다. 또 기회 있는대로 <레오> 13세의 「레룸·노바룸」과 <비오> 11세의 「과드라제시모·안노」를 인용해왔으며 금년에 반포된 <요안> 23세의 「마뗄 엩 마지스뜨라」에 이르러서는 최대량의 보도와 해설 평필을 보태어 왔던 것이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모든 교회의 간행물을 통하여 이것을(마뗄 엩 마지스뜨라-註) 환영하고 찬양하였다. 참으로 매번 지당한 일이다. 그러나 지상(紙上)을 통하여 이것을 찬양하는 것만으로 교회가 할 사명을 다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먼저 교회는 이 원칙을 자기 자신 안에 실천하여 이 원칙 하에서 교회의 생활태도가 규범되어 나가도록 해야할 것이고 또 따라서 사회정의가 완전히 소멸되어 있는 우리 한국사회에 사회정의를 재건할 수 있는 모범과 원칙을 주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천주교회가 혼란한 한국사회에 대하여 할 천주께 받은 중대한 사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일 교회가 자기는 이 원칙을 하나도 실천하지 않고 남에게만 하라고 가르친다면 이것이야 말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聖神大學 池學淳敎授 所論 本報 301號)
이상은 교회의 사회회칙(社會回勅)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 및 그 태도를 솔직이 사실 그대로 지적한 것으로 생각된다. 문답책에서 가르치는 『주인과 하인이 할 본분은 무엇이냐』 하는식의 교리 지식만으로서는 사회에 대처(對處)할 교회의 위치(位置)마저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 실천(實踐)에 있으서랴. 이와 똑같은 질책(叱責)은 우리 사회 전반이 뼈저리게 받아 마땅하겠으니, 우리의 근로기준법으로 말하면 복지사회(福祉社會)에서의 구색(具色)으로 보아 손색(遜色)은 전혀 없다고 할 만하다. 그러면서 이보다 더 무시된 법률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모두 비현실성(非現實性)에 기인(起因)한 것이었다면 이제 그 반성(反省)을 한꺼번에 다할 계기를 장만할 만하다. 모두에 나열한 바와 같이 현실을 위주로 한 법규정(法規定)이 된 것이니, 그 벌칙(罰則)이 강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순순히 타이르는 바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의 실천에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포함하는 복지국가의 노동법을 우리는 제2의 교리를 대하듯 중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