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에서 주교가 공식으로 발(發)하는 문서 또는 서간(書簡)을 교서(敎書)라고 한다. 주교의 교서는 주로 신앙 및 도덕에 관한 중대한 문제를 취급하고 있으므로 그것이 일반 신자들을 교도(敎導)하는 기본적 교령(敎令=DECREES)의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두교서는 새해를 축복하는 의례적인 것이면서 그러나 몇 가지 중대한 내용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盧基南大主敎年頭敎書에서)
그 하나는 정부가 고등학교용 국정교과서를 통해 「가족계획」을 가르칠듯이 전해지고 있는데 대한 경고이다. 과연 교과서에서 취급될 소위 가족계획의 해설이 어떤 각도에서(或은 見地라 해도 無妨하다.) 또 어떤 내용과 범위를 취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문제는 가족계획에 대한 국내적(國內的)인 제반 연구가 얼마나 완성되어 있느냐는데 있다. 그 신뢰할만한 근거를 제시해 주지 못하는 한 무덮어 놓고 어느 후진지역의 정책을 차용(借用)하고 있는듯한 인상과 어느 개인의 독단이 작용하고 있는듯한 의혹을 풀어주지 못할 것이다. 1961년 9월 한국 가톨릭주교단은 공동교서로서 가족계획에 대한 가톨릭의 견해를 성명하는 동시에 가장 안전하고 건설적인 그 해결의 방도까지 명시한 바 있다. 이것은 교회가 가족계획의 이상(理想) 중의 어느 좋은 점만은 인정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막상 교과서에 삽입되어 지금 항간에서 선전되고 있는 거와 같이 다루어진다면 대안(對岸)의 화제를 보듯하고 있을 수 없다. 사계의 계몽 선전 기타 출판물 등의 무제한 선전만 해도 사춘기에 있는 남녀 학생들에 주는 악영향은 측정할 수 없을만 하다. 그것은 매일 대하는 신문사회면이 충분히 예증해주고 있는 터이다. 성범죄가 차차로 「틴·에이지」층에 격증하고 있는 그 원인 및 책임이 무책임한 가족계획 선전에 있음을 서슴치 않고 책임지울 수 있을 것이다. 무지(無知)와 무반성은 표리가 전혀 같은 것인가 생각된다.
문제되는 가족계획 지도 항목이 고등학교 어느 교과서에 또 누구에 의해서 편찬될 것인지 마땅히 교육적인 공론(公論)의 비판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취급할 때는 비록 위정자라 할지라도 교육 및 일반 사회 특별히 신앙·도덕의 권위 있는 지도자의 자문을 받는 민주사회의 공통된 상식을 벗으나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현대사조에 대한 경고이다. (徐正吉大主敎年頭敎書에서) 이것은 후진 사회의 공통된 현상인 외래풍조의 부박경조함을 지적한 것이었다. 새해는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을 총동원하여 적극적이요 과감한 대사회적(對社會的) 「악숀」 제단체의 치밀한 솜씨와 능난한 조직력을 발휘해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