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교회용어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만 할 것 같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외우는 십이단 중에도 일가(一家)를 이루고 있는 한문학자까지 즉답을 더듬게 하는 질문 재료가 될 만한 난해한 어귀들이 한둘이 아님을 또다시 거론(擧論)하는 쪽이 우스울 지경으로 두루 아는 형편이지만 아닌게 아니라 몇백번 말해도 부족치 않을만큼 중대한 문제면서도 시급한 문제이기에 다시 문제삼아야 옳을 줄 안다.
우선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빨리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에 외래어 표기문제가 있다.
문교부의 규정조차 조령모개(朝令暮改)하니 어쩌리오마는 일상 사회용어와 동의어(同義語)를 가뜩이나 많이 형성하고 있는 우리 한국 교회용어 중에 외래어까지 이중삼중의 혼란을 보여서야 정말 곤난하다. 금년도 매일 침례표에 월21일이 성녀 「아네스」 첨례로 28일이 성녀 「아네」 첨례로 되었기에 라띤어의 CN 발음에 대해 서당개 식으로 들은 바 있기에 다소 미심쩍으면서도 딴 사람인가 해왔는데 알고보니 전혀 한 사람인 동정 치명 성녀 「아그네스」(ACNES)의 치명일과 발현일(發顯日)에 지나지 않는 것 아마 그 첨례표 발행인도 감쪽같이 딴 사람으로 안 듯하니 당신도 모르는 새 두 사람으로 돼버린 천 몇백년 전의 성녀의 입장만 이상해진 셈이다. 웃고 치울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원선시오」 「방지거」와 같이 호를 몇개씩 갖는 사람이 오늘날에도 허다하니까 그런대로 보아 넘기더라도 「바오로」 「이나시오」 「벨라도」 따위는 「바울로」 「이냐시오」 「베르나도」로 고친대도 별 눈에 뜨임이 없으면서 원칙은 지켜 나가는 셈이 된다. 「제르바시오」와 「쁘로다시오」 등의 고침은 퍽 속 시원한데 「안또니오」(ANTHONIUS 「말따」(「마르따」MARTHA)의 H음은 무시하면서 「가타리나」(CATHARINA)는 「다」를 굳이 「타」로 고쳤으니 이해가 잘 안 간다.
통일된 규정에 의한 표기(表記)가 얼는 이루어져야 하겠는데. (야고버 慶大生)
金東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