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의 자유가 선언되면서 가는 곳마다 정담(政談)이 흔하고 신문에도 과연 정치 「붐」이 일으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정치가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느니만큼, 집안 살림을 걱정하듯 또한 국가의 앞날에 마음을 쓴다는 것은 당연할 뿐 달리 덧붙일 말이 있으랴. 그러나 우리처럼 현실정치의 호된 타격(?)을 번번히 겪는 백성도 없고 보니 이제는 정치를 고나망하는데도 제마다 실속이 있어야 하느니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 실속이란 것을 되새겨본다. 그게 다수의 교우정치인을 위정단상에 올려보자는 것일까? 혹은 우리 비중(比重)의 자그마한 정치단체라도 하나 꾸려 보는 것이겠는가? 그런 어마어마한 엄두를 내기 전에 도대체 가톨릭은 정치를 어떻게 보고 또 필요한 때 어떻게 언급(言及)하는지 그것부터 저 교리문답을 지실(知悉)하듯 몇 조목 알아두면 아쉬울 때가 없지 않을상 싶다. 허지만 정치는 무엇이니라, 하고 잘라서 대답할 길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톨릭 사회교의(社會敎義) 그 중에서도 근세 교황님들의 사회회칙(社會回勅) 등을 들 수 있는데, 최근 요안 23세 성하의 사회회칙 『마뗄·엩·마지스뜨라』는 지난번 유엔총회 때 발언자들이 거의 이 회칙 말씀을 인용했는데 그때마다 중요한 것을 추려 보도한 일도 있다. 그 안에 너무나 명백한 가톨릭적 국가, 사회, 경제 및 세계관이 한방향으로 지시(指示) 해설되어져 있고 특히 우리 한국의 처지에서 보면 어쩌면 꼭 우리 민족과 그 국제적 지위(地位)를 위해 저술한 것 같이 착각할 정도로 절실한 것을 읽어낼 수 있다. ▲정치란 본래 고도의 학문, 철학사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점을 잘 고려한 것이 이 회칙 『마뗄·엩·마지스뜨라』인 것 같이 생각된다. 딴 곳의 경우, 이를 개인적으로 읽기보다, 서로 깨우치고 의견을 교환할 필요에서 『마뗄·엩·마지스뜨라』 연구회 또는 약칭을 붙인 「구룹」을 만들고 있다. 가령 「옥스포드」대학의 「레룸·노바룸」(레오13세 社會回勅) 「그룹」은 제법 착실한 연구 기록을 장만해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좀 따분한 소리 같지만 그냥 흘려버릴 정담(政談)에 버리는 시간을 아껴서 이런 실속에도 관심을 보낼만 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