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힌 자의 영광
대학, 혹은 고교의 문을 나서는 젊은 여러분에게 우선 축복을 드린다. 왜냐하면 중학 입시의 난관을 비롯해서 고교입시 다시 대학입시 등 여러 차례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었고 그간의 학기시험이며 또 등록금이며 하는 이 고비 저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소기한 목적지점에 꼴인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뒤에는 혹은 공부가 미흡하여 또 운이 나빠 입시 「라이바리」에 떨어진 사람도 많았다. 입시의 난관은 무사히 통과했어도 경제적 사정이 나빴거나 건강이 좋지 않아 중도에서 대열을 물러나간 벗들도 적지 않다. 이 봄의 각급 졸업생들은 특히 최고 학부를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실로 뽑힌 자의 영광을 머리 위에 쓰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함으로써 여러분은 마땅히 축복받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분 단독의 힘이 아니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의 부모 혹은 형이나 누님 그밖에 여러분의 뒤를 받침해 준 이들의 여러분에 바친 애정의 결정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의 영광된 자세에 대해서 한 마디로 말을 하자면 창공이라는 넓은 인생 무대를 독립해서 날을 수 있는 힘의 날개를 갖춘 것이다. 힘차게 비루하지 않게 푸른 하늘을 날으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시련이 앞에 있다.
나랙가 준비되었다고 넓은 창공이 오로지 여러분을 위하여 늘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 앞에는 늘 청명한 날씨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비바람치고 눈보라 휘날리는 날도 있듯이 사회라는 무대도 한 가지다. 여러분은 한숨을 돌리는 즉시로 새로운 결심을 마음 속에 여밀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인생 무대를 너무 만만이 보지 말라는 것이다. 사회라는 것은 여러분의 비위에 맞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짐짓 그 반대로 여러분의 비위를 상하게 할 일이 많다. 작년의 S대 공대 졸업생 A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A는 몇 군데 취직시험을 치렀는데 다행이 다 합격이 되었다. 그는 비교적 수입이 나은 어떤 기계무역상을 선택했다. A가 맡은 일은 그의 전공인 전자공학(電子工學)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관청의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무역 수속을 하는 것인데 매일 교제술을 마셔야 하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상대방이 손을 내미는 일이 있어 혐오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몇 번이나 그만 둘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가 곱게 다듬어 키워 온 이성과 양심에 비할 때 사회는 너무도 혼탁했던 것이다.
여러분도 사회에 나가면 반드시 다소간에 그런 경험에 부닥치리라고 믿는다. 이럴 때 여러분이 A모양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나 그렇다고 성급하게 직업을 내던지거나 돌아서지는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한 군데만 그런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도의 차는 있을망정 아마도 어디를 가나 그러한 사실을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이 그 혼탁 속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일하면서 물들지 않는다는 것이 요긴하다. 젊은 세대가 사회 개량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은 탁류(濁流)에 동화(同化)하지 않고 진흙 속의 청아한 연꽃 모양 자신을 지키는 점에 있다.
여러분은 졸업과 동시에 시험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고 무수한 새로운 시련 앞에 서 있다는 것이 여러분의 영광된 출발점이란 것도 차츰 깨닫게 되리라.
崔要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