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비유』의 복음말씀을 듣는 6주일 우리는 금년에도 출판포교주일을 맞이한다. 출판포교주일은 아직 한국주교회의 또는 어느 교구청에 의해 선정된 날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매년 2월은 가톨릭출판물 보급의 달로 그리고 그 셋째 주일은 기념주일의 중심행사를 지내고 있다. 우리도 오래 전부터 주읽아론 및 다른 방법으로 교회출판물의 보급을 계몽하는 주일로 맞이해왔었다. 우리는 자기를 살필(反省) 때 쉽게 남과 비교하는 방법을 곧잘 쓰는 수가 있다. 그것은 한 방법이 될 수는 있겠으나 어떤 의미로서는 자기를 철저히 반성하는데 많은 허술한 점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뜻으로 우리는 한국의 가톨릭 출판사정이 저 외국과 비교되기 전에 우선 국내에서 어떤 형편에 있나 계산해 볼만하다.
비록 한국의 경제 성장이 불가피한 악조건과 악순환으로 인하여 거의 영양실조를 못 면하고 있지만 교육 및 출판면에서는 대단한 의욕을 보여주고 있음은 남들이 인정해주는 바이다. 이것은 물질문명과 차원(次元)을 달리하는 우리 교육의 문화적 전통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소설, 시(詩) 희곡 그리고 평론을 실은 순문학잡지를 비롯하여 사상, 문화 및 시사평론의 종합잡지 등 정기적으로 간행되어 한국사회에 결정적인 매개(媒介)의 구실을 담당하고 있는 것만해도 5종을 넘는다. 그밖에 「뉴욕」에서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지 불과 1개월 간격을 두고 서울거리에 번역판이 등장하게 된 실례도 허다히 있다. 대중잡지가 아닌 그런 것들이 잘 소화(消化)되고 있다는 것은 그 사정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인가 한다.
여기 비겨서 우리 가톨릭 출판실정을 고찰해가야 한 일인 줄 안다. 한국 가톨릭 출판이 아직도 대단한 부진상태를 못면했음을 앞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저술, 출판, 거기 판매에 이르는 과정의 그 어느 것이나 종사자가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난관과 고초가 있는 법이다. 글이나 말로써 평하기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교회출판물 종사자에 있어서는 수고와 인내를 감내할 수 있는 탁월한 신덕을 힘입지 않고서는 성직·평신자를 막론하고 항구히 일해가기 힘든다. 우리의 솔직한 실정을 들어 언급(言及)할 때 대개는 불평부터 앞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출판에 한한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출판부문에 있어서는 일대 획기적인 방안이 서지 않고서는 도저히 지금의 처지를 면할 길은 없다.
그 획기적인 방안이 어느 한 사람의 손아귀에 달려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사에서 보는거와 같이 어느 찬연한 문화운동은 한 인물보다 항상 공동으로 수행되었던 것이다. 그 공동의식(共同意識)이란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앞에 열거했음과 같이 바깥(일반사회)의 출판사저은 자못 활발한데 우리는 어째서 그와 발맞추어 나가지 못하는가. 그 활발하다는 것이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위험천만한 수도 없지 않는 법이다. 얼른 그 책 제목들을 보더라도 거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상술(商術)이 담겨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그 안에는 불과 몇 줄의 글귀로 반종교사상을 풍겨둔 것도 있다. 교회, 학교, 가정에서 공들인 교육을 쉽게 뒤엎을 수 있는 무책임한 책들도 있다.
우리는 가정에 공과 묵주 그리고 교리문답책만을 마치 유일한 무기처럼 간직하고 있는 정도로서는 이 세대에 처해나가고 거기 처이겨갈 길을 얻지 못한다. 자녀들이 중학생 정도만 되면, 벌써 일반 서적에서 사상과 인생의 뜻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런 자녀들의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신심생활의 여행(勵行)만을 주장하다가는 뜻하지 않는 반대결과를 볼 수 있다.
과연 공과 한 권만으로서도 나날이 성화(聖化)해 갈 수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모든 이에게 바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고도의 지성과 또 그와 동반하는 자유를 통해서만 신심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자도 있다.
본당 가정에는 반드시 충분히 교회 출판물이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빛이요 소금』이 될 수 있기에는 최선의 지식인 문화인의 모든 자격을 갖추어 가야 하겠기 때문이다. 우리의 출판부진이 일조일석에 해결되고 해소될만한 길이 곧 있을 줄 생각지 않는다. 우리에게 만일 다른 체면과 형식을 찾듯 진정 자기 신심의 건전한 발전을 걱정한다면 교회출판물에 보다 더한 관심을 보낼 것이며 그것은 곧 교회출판물 발전에 큰 자극이 되어 돌아(循環)갈 줄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