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푹 푹 내려쬐이는 태양열이 순식가에 지상의 모든 생물을 부글 부글 끓어 오르게 만들 것 같은 기세이다.
팔 다리가 노근해지고 강렬한 태양광선을 피해 보려고 사람들은 최선을 다한다. 얼음 덩어리를 「오피스」 한가운데 갖다놓고 바라보면서 일하는 사람들. 체격에 맞지도 않는 밀집 모자를 쓰고 거리를 오가는 여인들.
짧은 바지를 입고 허리가 꾸부정해서 뻐스를 기다리는 중년 남자들.
모두 한결같이 더위에 시달린 지친 모습들이다.
하나 여름은 좋다. 우선 마음과 몸이 춥지 않아서 다행이고 어디를 봊나 대자연의 향연이 화려할대로 화려한 베품을 주어서 좋다.
한겨울동안 펴보지 못했던 허리를 쭉펴고 푸른 하늘에 둥실 둥실 떠가는 구름 떼를 가끔 쳐다볼 수 있어서 좋다.
사람은 낮이나 밤이나 하늘늘 자주 쳐다보는 사람에게 악행이 없다. 무더운 여름날엔 아무런 변호인도 갖지 않은채, 가장 없는 자기를 드러내고 대자연 앞에서 지난날을 반성할 수 있는 귀중한 참회의 한 순간이기도 하다.
신(神)의무서운 심판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어느 여름날 푸른 숲속에서의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던 맹세를 잊을번 했다가 다시금 되새겨 보게하는 푸르름의 신비가 사람과 사람들의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비록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고 온몸이 더위속에 아주 휘감겨 버릴 것 같은 폭염 속에서도 우리는 다행히 마음을 자연에로 향할 수 있는 힘과 즐거움을 가졌다.
파도때가 넘실거리는 바닷가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을 때 철석하고 밀려와서는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난무(亂舞).
수평선엔 한두개의 흰돛이 인생의 무한한 꿈을 살찌게 하고 넘실거리는 파도떼에 갈매기가 쌍쌍이 춤을 추는가 하면 불어오는 해풍이 앞가슴을 부풀게 하는 여름날의 바닷가.
이 바다를 어찌 사람마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누가 인간 세상에서의 추한 욕망을 이곳에까지 끌고와서 좀더 집착해볼 생각을 할 것인가?
비록 내가 지금 바다를 멀리하고 있어도 좋다. 바다는 살아있는 한폭의 그림이 되어 여름마다 땀 흘리고 지쳐오는 나의 육체를 일으키게 해주는 향수(鄕愁)어린 순결한 보속과 같이 귀한 재산인 것이다.
이 재산을 잃지 않는 한 내가 가는 길에 「미쓰테익」은 없을 것이다.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위선자들도 오직 자연 앞에선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속인데 그치지 않고 대자연 앞에서 영원한 부끄러움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자연에로 돌리는 그동안 심한 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심한 삶의 권태에도 패배하지 안고 자기를 지킬 수가 있지 않을까.
周美(隨筆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