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의 각종 교서(敎書) 가운데 그 교구 관하의 일반신자들에게 주는 말씀은 직접 신앙 도덕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사목서한이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주교의 교서가 발표되었을 때에 각 본당에서는 미사 때와 그밖의 적절한 장소에서 엄숙히 이를 낭독한다. (參考 敎會法 1327條=가톨릭 信仰의 宣布의 任務는 特히 全敎會를 위해서는 로마 主敎가, 各 敎區를 위해서는 各 主敎에게 맡겨진다)
주교교서의 권위를 알아보는 방편으로 교회의 교도직(敎導職)의 본질을 살펴보자.
(1) 가톨릭교회는 그 본질상 권위의 교회이다. 그 권위를 구성해 놓은 것이 곧 교계제도(敎階制度)이다. 교계제도의 권위는 그것이 개인에 의해서 결정된다기 보다는 천주성자 그리스도의 언약(聖書的)에 비롯한 직위적(職位的)이요 정신적 권위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바꿔서 말하면 그 권리 및 합법성은 그 행사(行使)의 기준이 오직 그리스도의 의지(意志)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약하다 경험을 쌓아 볼수록 약함이 드러난다. 인간의 연약함을 부축해줄 권위에 힘입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위에 대한 해석은 그릇치기 쉽다. 만일 교회의 권위가 오직 자연적 원인에만 온다고 생각한다면 때로는 배척(排斥)할 여지를 남길 수도 있으리라. 그 때문에 앞에 지적했음과 같이 우리가 교회의 권위를 승복(承服)하는 가장 큰 연고는 그리스도께 대한 완전한 신뢰(信賴) 바로 거기 귀착되는 것이다. 교회의 직위(職位)가 천주성자의 의지에 귀의(歸依)된다면 그 모든 힘은 신비체(神秘體=敎會)에 유효적절히 작용할 것임을 더 길게 말할 것 없다.
역사 및 경험을 통해서 볼 때 그 형언할 수 없이 연약한 인간위에 초자연적 성총은 너무나 풍부했었다.
(2) 교도직의 설명을 교회법 내지 신학의 영역에서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문지식에 속할 뿐이다. 가톨릭교회는 권위의 교회라고 할 때 그 권위는 어디로조차 오고 또한 그 교도직은 어떤 권위를 스스로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해둘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교도직의 중요한 뒷받침은 무엇보다 무류지권(無謬之權)이다.
무류지권은 첫째 공의회에 있다. 공의회는 교회의 으뜸(首宗徒)인 교황의 소집을 받은 전세계 주교들이 교황 또는 그 특사를 의장(議長)으로 하여 신앙결의(信仰決議)를 하는 교회의 최고기관이다. 공의회에서 만장일치의 가결을 보게된 신앙·도덕의 결의사항은 그리스도께서 자기 교회에 그르칠 수 없는(不可謬) 교도권을 부여한 필연적인 결론이 되는 것이다. 그대로 무류(無謬)의 사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둘 것은, 항상 교황과 일치하는 모든 주교들의 신앙 및 진리의 선시(宣示)가 도한 무류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상은 주교들의 교서가 신자들의 생활과 더 한층 밀접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교황은 전교회를 상대로 극히 일반적인 교서를 발할 것이며 주교들은 그 나라 및 지방에 국한된 지역적인 내용의 교서를 발할 것인 만큼, 보다 직접적이며 행동적인 그것이 된다는 것을 재언할 여지도 없다.
(3) 금년들어 벌써 수편의 우리 주교교서들이 발표된 바 있다. 앞에 지적한 교서의 중대성에 정성이 간다면 단지 이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선시(宣示)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한층 효과적인 교육의 방법을 세울 필요가 있는 줄 안다. 활자화(活字化)되고 혹은 신문에 게재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의 하나이겠다.
다음 교서내용을 충분히 터득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서는 각종 회합 가령 「레지오」 JOC 학생회 혹은 교리강습 등의 모임에서 교서내용의 중요 대목을 내걸고 공부를 겸한 정확한 해석을 달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실 교서의 요약된 내용은 보충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교서에서 어느 구체적 사례(事例)를 지적하는 일은 극히 드물겠으므로 그 해석이나 토론을 해갈때는 사실을 인용해서 한 「케이스」로 다루어갈 때 명확히 내용을 잡아갈 수 있을 줄 안다.
이 방법은 교서의 중대성을 인식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교의 교서가 나왔을 때 신문·라디오 등이 동원되어 그것도 아주 효과적이고 심리적인 방법으로 그야말로 기술적인 전달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의 실정은 아직도 거기 도달하지 못했으나 우리같이 사회적 변혁이 격심한 처지에서는 단순한 기본적 교리보다 구체적인 생활환경에 보내는 그때그때의 주교교서는 그대로 생활지침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