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살얼음을 밟아가며 전방 벽촌의 무명 종군신부로서 외쳐보고 통곡해 본들 산울림 외에 무슨 흔적이 있으랴마는 매 여지는 가슴의 울분을 붓으로나마 헐어보고저 붓을 들었다.
젊은 혈기에 입대하여 신앙의 매마른 이곳서 성무의 집행을 영광되게 생각하고 최전방의 종군신부를 서슴치 않고 지원하여 풋 열성에서나마 전방 배치 불과 반년이 못 되어 후회와 실망의 소용도리 속에서 허덕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먼지 투성이의 작업모에 작업복 그 속에 「로망칼라」를 목에 걸고 분주히 해매이며 양들을 찾고저 애쓰나 거기에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오로지 피곤과 실망 거기에 덧붙여서 냉대와 조소와 그리고 방해의 손길, 그 뿐이랴 불과 오척의 적은 몸을 편히 뉘울 곳 없이 「하꼬방」 아닌 「하꼬방」 속에서 끼니 걱정도 해야하는 오품짜리 삼등 종군신부의 신세!
아직도 신자됨을 부끄러워 하며 피할 길 없어 대하고 마는 신자들의 무관심과 냉냉한 그 영혼의 처참을, 처참한 전방 벽촌의 실태를 보지 않고는 이해키 어려우리라 믿는다.
시대가 변하여 사제의 뒤를 따르는 양들을 찾기에는 힘들며 끌고 믿고하여야만 겨우 마지못해 이마에 성호를 긋는 영양실조의 이 양들에게는 무엇을 주어야 할지?
불붙는 열전 속에서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 때와 달라서 그런지 선배 종군 신부님들의 체험담과는 판이한 현 사태에 있어서의 고충을 어떻게 표현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박해 속에서 씨 뿌려지고 박해 속에서 자라나나 이 나라 교회의 신앙이 퇴색되어가고 있으니 이제야 외적인 군란이 아니요 내적인 군란의 위기에 처해있다 말하여 지나친 말일까?
이 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이 거쳐야 하는 이 군대라는 사회에 종군신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성원을 약속하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실천 없는 효과 없는 그 성원과 역설이 벽촌의 이같은 무명의 종군 신부들에게는 무엇을 주었던가.
고향을 뒤에 두고 혹은 떠나와 국방수비에 매진하는 양들을 위해 저들의 신앙의 불을 꺼지지 않게 하고저 그들의 가정과 연락도 취해보았으나 가종통신 200여 통 중에서 불과 2통의 회신 뿐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내 자식 내 형제 귀하다 여기며 다만 그의 안일을 부탁하는 몰염치한 부탁의 서신 뿐 그 영혼을 걱정하는 자 없음은 또한 무엇을 뜻하는 것이랴. 제1109부대 군종과에서
李仲權 神父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