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사윤음(斥邪綸音)은 우리 순교사의 두번째 대교난 기해년(1838년 10월28일)에 나온 임금의 천주교 배척문이다. 당대 최고의 지성과 최선의 글귀를 빌려 당당한 위엄을 갖추었으리라. 그 한 귀절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만약 공명정대한 교라면 어찌하여 어두운 밤의 골방 속에서 강론을 듣고, 심산유곡사이에 모이며 핏줄이 마른 첩의 자식과 뜻을 잃은 무리와 어리석은 하류들과 재물을 탐내고 음란함을 가르치는 무리들이 서로 교우라고 일컬으고 각각 사호(邪號 즉 本名)를 붙여서 머리와 꼬리를 숨겨 한패가 될 것이랴』이런식으로 된 것이다.
▲이를 통박한 정(丁夏祚) 바오로의 상재상서(上宰相書)는 그 후 반세기를 지난 19세기 말엽 「홍콩」에서 재판되었고 몇 해 전 가톨릭 청년지에 연재(金盒_譯으로) 되어 새삼 현대 지성인들의 절찬을 받았음은 기억에도 새롭다. 『이른바 색을 통한다는 것은 금수라도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이거늘 하물며 이를 성교에 돌릴리오리까. 십계의 제6에 가로되 「사음을 행하지 말라」하고 제9계에 가로되 「남의 아내를 원치 말라」고 하였으니 제6계는 몸으로써 이를 범함이오 제9계는 마음으로써 이를 범함이외다.
성교가 사음을 엄금함이 이와 같이 중복(重復)하옵는데, 도리어 색을 통한다는 말로써 이를 탓하오니 어찌 그와같이 윤리에 거슬리고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교가 있아오리까』 이렇게 이로정연(理路挺然)한 논박을 썼던 것이다. ▲그는 그 당시, 오늘 우리가 「빠리」나 「런던」 가기보다 힘드는 국경을 열두차례나 드나들면서 북경의 문물에 정통한 당대의 지성인이었다.
▲정하상의 이름을 딴 「하상클럽」이란 서울의 가톨릭 지성인의 모임이 자못 활발했었다. 「하상클럽」의 이름이 국제 가톨릭 지성인 연맹 본부인 스위스의 「빡스·로마나」에까지 알려졌었다. 동 본부는 혹 정례적인 서류정비에 필요했던지 「하상클럽」의 소재와 연락 방도를 알려달라고 가톨릭시보사에 조회해왔다. 그들의 관심으로 미루어 본다면 우리 한국 신자들은 가령 토마스.모아의 이름보다 「하상」을 더 사랑할 줄 알고 있는듯 하다. ▲지성인 사도직 또는 「가톨릭·악숀」하는 것이 활자놀음만 같은 가냘픈 심정이 들 때 이렇게 「하상」을 되뇌어 보는 것도 사순절 바람의 소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