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문고운동이 경향을 오르내리고 있다. 농어촌 약 30호를 한단위로 자그마한 서고(書庫) 한개를 마련해 주는 것인데 자못 독지가들이 줄달아 나서는 모양이다. 반가운 일이다. ▲한참 「암프」촌에 손대더니 그것은 뜸해지고 「트란지스트·라디오」로 바뀐 것은 대단한 발전인 줄 안다. 「암프」란 동리 높은 짱배기에 「라디오·스피커」를 달아 어디서 곡마단이 들어선 것처럼 요란한 방송소리를 집집마다 흘려들여 보내는 것인데 여기 비긴다면 서고야말로 한량없이 고상한 것이다. ▲한마을에 공동서고가 설치되고 희미한 등잔불이나마 오붓이 둘러앉아 숨을 죽이면서 독서를 즐길 수 있게된 그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것이 또한 도시사람들의 독지로 된 것일진대 그 오가는 정의가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이런 일을 꾸며내고 또 거기 맞장구를 치는 우리네 인심이 그다지 매마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형용 범하는 「용두사미」의 격만 안된다면 제법 알찬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리라. ▲헌데 그 보내는 책이 어떤 것들인가? 이앙이면 이런 일에도 마음 쓸만한 일이다. 요즘 쏟아지는 농촌전집 그밖에 소설 잡지 등이 대폭 차지할 것이지만 책 중에는 어느 기울어진 선전을 노린 것도 있고 은연중 해독을 끼쳐 줄 것도 없지 않다.
▲이런 일이 모두 농촌진흥의 한몫으로 발생된 운동이겠는데 곧잘 농촌문화의 뿌리를 모르고 마치 선진국이 후진국 대하듯 한다면 처음부터 실패할 것은 뻔하다. 도시 사람들의 생각을 농촌에 뻗쳐서 농촌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진흥할 요소는 추호도 없을상 싶다. 오히려 이점은 농촌을 도시로부터 좀 더 엄히 절단할 필요조차 느낀다. ▲중앙에 농촌진흥청이 있고 또 각종 농촌진흥단체가 있는데 그들이 「데스크」에 앉아 꾸며낸 어떤 획일적(劃一的) 방안을 기계적으로 실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정신면으로서는 민주방식이 될 수 없다. 그 때문에 기술이나 협동사업을 제외한 정신 및 문화운동에는 민주역량을 후퇴시킬 수도 있는 방식만은 쓰지 않아야 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농어촌 본당 그리고 벽지의 공소 등에 교회서적을 보내자. 서고가 없는 본당이나 공소가 없도록 마을문고 운동과 유사한 활동을 곧 일으켜 농어촌 본당 공소의 진흥을 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