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작품 중에 있었던가! 고명을 끝내자 고해신부의 호된 꾸중을 듣는다. 『너, 똑같은 죄를 또 저질렀구나. 앞으론 다시 그런 일 없도록 해…』 그 후 같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게되었다.
▲『또 같은 짓이군. 어째서 그렇게 되풀이 한단말이냐 깊은 정개(定改)가 없는 탓이니 이번엔 깨끗이 사죄함을 받고 다시는 같은 죄에 떨어지지 않게 단단한 결심을 하란 말이야…』 ▲그 다음번 고해에는 『너, 이놈 그렇게 의지가 약하단 말이냐 번번히 같은 죄를 고하다니, 또 그런 짓 하겠느냐 다짐을 받겠다. …음, 한 번 더 두고보자』 ▲그 후 또 한 번 같은 고명을 받았을 때 는 젊고 팔팔한 고해신부의 부화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젠 네 꼴조차 보기 싫다. 썩 물러가!』하고는 보기 좋은 판치주먹을 지어보였다. ▲그 후 그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외나무다리같은 길목에서 그 고해신부와 부닥친다. 그의 파리한 모습은 또 같은 죄를 범했노라는 몰골이 역연했다.
고해신부는 칙은한 마음이 들어 얕은 목소리로 『자네 그간 내가 몹시 찾았다네. 내가 자넬 야단친 것은 잘못이었어 이것봐! 또 그 죄를 짓는 한이 있더라도 고해성사는 계속해야 하는걸세. 알겠나』고 하면서 어깨를 툭툭 쳤다. ▲흑 하고 흐느낀 그는 눈물을 닦던 팔뚝을 깨물어 피를 뚝뚝 흘리면서 뉘우쳤다고 한다. ▲비슷한 줄거리의 이야기가 스페인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사죄경을 거절한 고해신부의 뒷벽 십자고상이 목박힌 팔을 들어 『너를 위해 고난받고 죽은 자는 나였으니 내가 사죄경을 염하겠노라』고. ▲실상은 고해신부가 특별한 경우이외에 고해자의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거의 없다고 할만하다. 그때마다의 고명을 잘라서 들을 뿐이다. 죄를 짓는 한이 있더라도 고해성사는 계속해가야 한다는데 피보다 진한 것으로 한 각인(刻印)을 가슴에 쳐주는 것이 있다. ▲우리의 명백한 범죄는 고사하고 조그마한 습관도 죽도록 따라다니는 것. 지식자랑과 돈푼이나 더내고, 남의 앞장을 서 사도직을 말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감히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 가슴을 치는자가 되기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