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와 결혼의 불가해제성(不可解除性)은 마치 물체와 그의 그림자처럼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와 역사성을 갖고있다.

아무도 기한제 결혼을 하는 이는 없다. 옛이나 오늘이나 결혼을 백년해로의 계약으로 알고있다. 그러므로 자연법에 의하여도 결혼이란 당사자들 쌍방의 합의로서 언제든지 맺을 수 있고 또 해제할 수 있는 임의 계약의 하나이라고 볼 수 없다. 가톨릭에게 있어서는 결혼은 그 이상의 것이다. 이들에게는 결혼은 쌍방의 합의에 의하여 천주를 대신하는 신부 앞에서 거룩한 예식으로 이루어지는 거룩한 계약 그것만도 아니다. 결혼의 계약은 당사자들만이 아니고 천주께서친히 개입(介入)하시고 이 계약을 성사로 만들어 주시기 때문이다. 이 계약은 성사이기 때문에 천주께서는 이 계약이 성립될 때 새로운 가정을 이룩하기에 필요한 성총, 결혼의 첫째 목적인 자녀의 생산과 양육, 교육에 필요한 성총 그리고 결혼의 성소에의 기대되는 부부의 성성(成聖)에 필요한 성총을 부여해 주시기 시작하는 것이다. 혼배성사는 마치 성체성사와 같이 그 본질이 변할 때까지 계속된다. 다시 말해서 부부가 다같이 생존해있는 한 결혼의 성사는 계속 존재한다. 그것이 성사이기 때문에 천주께서 떠나시지 않으신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렇게 맺어진 결혼은 당사자들의 합의로도 민법의 힘으로도 주교와 교황의 교권으로도 해제시킬 수 없는 것이다. 해제되는 단 한간지 길은 부부중 일방이 사망함으로써 그 결혼계약의 본질이 상실되었을 때다. 영세한 남녀가 교구장 본당신부 또는 이 둘에서 위임을 받은 신부와 두 증인 앞에서 결혼을 체결했을 때 그 결혼은 성사이며 불가해제성을 가진다. 물론 이 결혼은 무효로 만들 아무 조당이 없을 때를 말한다. 최근에 와서 젊은 가톨릭간에 그들의 결혼의 성사성과 불가해제성을 망각하고 이혼 또는 배우유기(配遇遺棄)를 하는 이가 없지 않는 것 같다.

교회에서 열 사람의 외교인에게 영세 준비를 시키는 것보다 한 가톨릭 부부의 이혼을 저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혼과 배우유기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로는 우리 한국민의 결혼관에 대한 애매성이다. 자연주의와 물질주의의 배경을 가진 우리 고유분화와 신앙심이 결여하는 유교의 윤리규정과 여성을 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성관을 가지는 불교의 사상을 실천원리로 하는 우리 민족이 결혼관에 해방후 홍수처럼 밀려든 세계의 신사조(新思潮) 즉 개인주의·자유주의·여성개방운동·남녀동권운동·관능주의·향락주의·낭만주의·허무주의·실존주의·이론화 된 물질지상주의 등등의 제한 없는 영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 전체가 결혼에 대하는 태도는 대단히 애매하며 위험천만한 것이다.

둘째로 결혼의 준비의 전무(全無)이다. 이사회에 맺어지는 결혼은 중매를 통하든 부모님들의 권유를 거치든 우연한 성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개의 겨혼자들은 결혼생활이란 아주 자연적으로 전개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결혼이란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의 행·불행이 그의 결혼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떤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5년 혹은 10년 20년의 교육과 훈련을 불사하나 평생을 지낼 결혼에 대해서는 교육과 훈련 또는 준비가 전혀 없다.

셋째로 새로운 경향의 이혼의 중요한 요인은 인격적인 요인이다. 여기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결함, 연령 차이, 상오용인 안 되는 개인 습성과 습관, 무식, 정서의 불안정, 애정의 결여 여러 가지의 성문제 등이 포함된다. 결혼하기 전에 상대자에 대하여 위에 열거한 모든 점이 검토되어야 되고 또 결혼 후 발견이 되었을 때는 이것을 극복해나가는 상대자의 그것과 적응할 수 있는 노력과 인내가 없어서는 안 된다.

넷째 혼인법의 법제상의 결함. 우리 한국은 다른 후진국가와 같이 결혼의 법적 효력은 결혼 당사자 자신이 신고를 필해야 발생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신고가 되어있지 않는 신혼 초기에 결혼 당사자들은 마치 시도결혼기(試圖結婚期)같이 생각하고 때로는 첫 애를 낳기까지도 신고를 아니하는 수가 많다. 사실에 있어 이혼은 결혼한지 5년 이내의 부부에게 가장 많고 또 거기에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더욱 심하다. 법제상의 결함과 최근 무지한 인구정책으로 산아제한을 떠들고 거기에 대처하는 약품·기계 등속과 피임방법의 발달로 말미암아 과오를 범하게금 유혹되는 바이다. 젊은 가톨릭 중에 혼인신고를 바치기 전은 이혼해도 가한 줄 생각하는 모양이나 이것은 잘못이다. 교회 앞에서 거행된 결혼은 신고가 되었던 안 되었던 불가해제성을 가진 계약이며 성사이다.

교회는 이러한 이혼의 요인들을 세밀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