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주간이 마련되고 독서를 권장하는 소리가 자못 높아가고 있다. 매년 계절따라 지내는 한 행사같이 대수롭지 않은 감도 없지않다.
그런데 항용 쓰는 말중에 「독서생활」이라고 하는데 그 생활이란 말에 무심히 지내칠 수 없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줄 안다. 과연 독서가 생활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느냐? 하는데서부터 문제삼고자 한다. 사실 독서를 한 취미로 가겹게 여길 수도 있다. 헌데 어떤 취미도 그러하거니와 그것이 자기와 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할 것 같으면 그것은 벌써 자기생활의 영역(領域)에 들어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즉 생활화(生活化)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미로서의 독서는 학생들이 참고서를 본다던가 어떤 직업과 관련된 전문서적을 탐색하는 거와는 달리 교양(敎養) 또는 시간 보내기 같은 정도와 알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고상한 취미라고 할 수 있으나 거의 산만(散漫)한 태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톨릭신자들이 특별히 교회 출판물을 한갓 취미로 대해도 좋은가? 취미를 붙이고 취미에 도취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겠으나 예사로 말하는 소위 도락(道樂)에 통하는 취미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취미만을 구하다가 끝내 취미를 놓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취미란 그렇게 허왕한 것이요 지속성이 없는 법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출판물을 자기정도대로 읽을 의무(義務)가 있다. 신자가정은 교회서고(書庫)를 차려둘 줄 알아야 한다. 가톨릭 신자들은 자진(自進)해서 교회가 가르치고 명하는 일에 순종하고 그것을 자기 의무로서 수행하는 미덕(美德)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큰 힘이 되어왔었다.
독서를 강조하는 때를 맞아 각자는 몇권의 교회서적을 읽었나? 또 가정에는 몇권의 교회서적을 비치(備置)하고 있나? 한번 점검(点檢)해볼 일이다.
한국은 교회서적 출판의 질양(質量)에 있어서 남보다 동떨어졌다. 출판 당무자들은 무진 애를 쓰고 있으나 그 실적은 후퇴 위축의 일로를 걷고 있다. 이 애로를 타개하는 길은 참신하고 획기적인 출판계획과 아울러 신자들의 독서열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