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는 길잃은 한마리 양을 찾아 다른 양떼를 둔채 가시덤불을 헤매다가 마침내 잃었던 양을 찾았을 때는 어깨에 얹고 기뻐 날뛰면서 돌아온다는 비유 말씀이 있다. ▲18년간 공산강제노동에 복역하다가 석방된 스리삐 대주교는 고(故) 요안23세 성하께서 임종하는 순간에도 그를 불러 손을 잡고 즐거워하셨다고 한다. 교황성하의 병상에는 임종을 돕는 극소수의 측근자와 친척 외에는 오직 이 스리삐 대주교만 부르심을 받았다.
▲시외(侍醫)들에게는 『나는 갈 차비가 다 되었어 내 가방은 다 차려졌는걸』하시면서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는 혼수상태에서 4일간을 보내는 동안 몇번 의식을 회복했었는데 그때마다 몸을 일으켜 커피를 청하면서 발음하나 흐리지 않는 말씀을 했다고 한다. 이러는 가운데 스리삐대주교를 부르셨던 것이다. ▲사실 요안성하의 대공(對共) 접촉에는 완강한 측의 부질없는 반대도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느 측근 추기경은 『성하 그들의 본심이 이러하온데 심히 걱정스럽습니다』고 하니 『추기경의 걱정은 내 걱정이요 내가 교황이니 말이요』고 고의 속셈을 앞질렀다고 한다.
이런 말들이 어느 공식 소식통을 타고 나온 것은 아니다. 정사(正史)에 야사(野史)·야담에 따르듯이 그렇게 흘러 나온 것이겠는데 숨을 거두시면서 공산철장에서 석방된 그를 한 번 더 찾으신 심정은 흡사 잃었던 한마리 양을 찾은 착한 목자와 일맥상통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언젠가 큰 지구(地球) 모형을 가져온 한 몬시뇰을 보고, 동서(東西) 경계선을 보고있던 요안성하께서는 『나는 참 어머니가 되겠다. 이기를 칼로 자르다니 될 말인가!』 혼자말을 하셨다. 그 몬시뇰도 그 당장에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살로몬왕의 재판을 말한 것이다. 거짓 어머니는 차라리 아기를 칼로 잘라 반씩이라도 나누어 달라고 대답했었다. 동서의 갈림을 이만치 통절하게 말한 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이번 요안성하의 부음을 전한 소식은 한국에서도 일간신문 등의 가톨릭관계 소을 전한 것으로서는 최대,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이런 일을 두고 이른바 유덕(遺德)과 방향만세(芳香萬世)를 장만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인가 한다. 또 그렇게 철의 장막까지도 뚫고 들어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