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호 시보에서 주미씨 제창의 「죄의식의 강요」를 읽었다. 나는 어느정도 그 제창에 수긍한다. 그러나 근래 새로 영세한 신입교우들이 영세한 후 일년이 지나도 고해성사를 보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이유를 물으면 나는 고명할 만한 죄가 없다한다. 이런 사람들은 생각과 말로는 죄가 구성되지 않고 행위라도 큰 과오만이 죄가되는 줄로 아는 까닥이다. 요컨대 예비교육에 교리를 잘 배우지 못한 것이라 하겠다. 영세한 후 일년이 지나도록 고해를 하지 않고서야 어찌 대죄를 면하기가 쉬우랴. 범죄할 기회까지 피하려해야 신앙 생활을 한다 할 수 있는데 세심증(細心症)에 걸릴 것을 두려워하여 또 생활무대가 좁아지는 것을 무서워해서 일부러 죄에 대한 눈을 감고 지낸다면 완덕(完德)에로 향해나갈 의욕은 전혀 없는 것이니 위험한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세심증에 걸릴가 두려워하지만 세심이란 것은 열심에서 생기는 부산물로서 천주께서는 죄악을 피하게 하기 위하여 죄를 무서워하게 하기 위하여 죄를 보속(補贖)하게 하기 위하여 세심당하는 것을 허락하시는 것이니 그런 사람이 많지도 않거니와 간혹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고해신부의 지도로 넉넉히 해결하는 것이요 또 생활무대가 좁아진다하나 천당 좁은 길을 걸어가는 신전회우(神戰會友)가 일상생활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외교인과 같은 생활 무대에서 제멋대로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 이런 제재를 받는 것을 명예로 알고 죄구성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기에 힘써야 가치있는 신앙 생활이라 할 것이 아닌가. 성신칠은의 제삼은혜는 의견이니 의견이란 「행할 선과 피할 악을 분별」하는 은혜로서 이때까지 죄가 아닌줄로 알던 것도 예수의 성훈에 비추어 죄가 되는 것이면 이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교국인만큼 고대의 풍습이나 그릇된 교육과 환경으로 인하여 죄를 죄로 알지 않고 지내는 것이 많다. 이런 깨끗지 못한 세상을 정화하기 위하여 광명이신 그리스도는 일부러 인간 중에 오시어 우리에게 복음으로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닌가.
죄의 의식이 사람을 위축시키는 것처럼 생각하나 죄는 어디까지나 죄요 죄는 천주를 떠나게 하는 것이다. 성신칠은의 제칠은혜 『죄를 범하여 천주를 떠날가 두려워』하는 은혜로서 견진할 때 이 은혜를 활용치 않으면 그리스도의 용사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이 정신을 넣어주어야 할 것이다.
曺元煥(서울대교구 전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