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셜리」호의 혹심한 상처를 때아닌 6월에 입었다. 당국의 집계만도 사망=2백12 부상=91 실종=11 이재민은 17,861명이며 경남 한 고장만의 총작물 피해는 무려 2억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신문 보도는 이재민 4만을 넘었다)
▲이런 숫자들을 들어놓고보면 태풍 「사라」호가 아닌 「셜리」호인지라 그 정도, 하는 식의 당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처참한 피해상황인 것이다. 어느 신문 논평을 보면 『만일 우리 국토의 68%를 차지하는 산야에 나무가 무성했던들 이렇듯 큰 피해를 해마다 입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전체 산림 6백75만 정보(町步) 가운데 약 3분지1에 해당하는 2백52만 정보가 요조림(要造林) 지역임을 생각할 때 우리의 할 일은 너무도 많다는 것을 다같이 인식해야 하겠다』는 극히 수긍이 가는 논평이다. 마치 우리는 울타리도 없는 집에 앉아서 도둑을 한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천재(天災)에 겹쳐서 금년 맥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적미병(赤微病)에 걸린 보리농사는 거의 백%에 달한 것으로 보고 우선 그로 인한 감수율(減收率)은 경남 김해지방에 대한 조사결과로 『이 지방의 올해 보리농사는 조맥으로 50% 감수요 적미병 때문에 도정에서 15%나 분쇄되어 결국 근 7할 감수란 대흉작을 나타내고 있다. 「60년 전 계모년 이래의 대흉년」에 맞선 농민들은 너무나 큰 타격을 받아 들판에 썩어자빠진 붉으스름한 밀 보리를 힘없이 쳐다볼 뿐, 모내기에 손을 댈 생각조차 잊고있다. 낙동강 하류 망망한 김해평야에 한숨이 서리고, 세우(細雨)에 젖은 초갓집들은 절량이 누비고 있으니 때늦은 병원(病原) 조사반의 순례보다도 하루바삐 구호의 손길을 뻗쳐야만 할 때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달말경 모낼 때까지 연명조차 어려울 정도이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보고기사들이 피해지방이나 아닌 곳을 가리지 않고 가슴아픈 충격을 주고 있으니 그게 진정 한핏줄기들의 어쩔 수 없는 정의가 아니겠는가 ▲듣기로는 이 민족적 수난 앞에 여야(與野)의 정쟁도 휴전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런 처절한 현실을 앞에 두고 무슨 호사스런 행사에 격식을 갖추려할까 조심스럽다. 아버지는 뙤약볕 아래 모내기에 한창인데 서울유학생 아들은 「바이올린」 가락을 찾아 여념없는 꼴이 없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