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방지거 남상철씨가 청파동 복자수녀원에로 나를 찾아왔다.
그는 죽을 날이 점점 가까워지므로 부지런히 천구들을 권고하여 천주교를 연구하여 보라고 부탁한 결과 20여명의 허락을 받았으니 만사제폐하고 이번 교리강좌를 하여 달라고 청한다.
장소는 성모병원 내 교수회의실이고 시일은 매 토요일 오후2시부터 한시간 동안 하기로 이미 청강생들에게 알려주었다 한다.
청강생들의 명부를 보니 참 굉장하다.
이병도 67세(문학박사 사학가 서울대학원장) 조동식 69세(문학박사 동덕고교장) 이갑수 65세(의학박사 수도의대학장) 정구충 67세(이학박사 의사회 회장) 박종화 64세(문학박사 역사소설가 서울신문사장) 김동성 73세(저술가 합동통신사장) 고희동 75세(동양화가) 한규복 83세(전 도지사)…
이런 급의 인물이 24명이나 된다. 뻐스나 전차를 타지 않고 사방에 흩어져 사는 이만한 인물들을 걸어다니며 방문하였다면 남상철씨의 구두창이 뚫어졌을 것이다.
나는 이 강좌와 지방교리강좌와 어떤 것이 더 중한지 저울질을 시작했다.
지방교리강좌에 3백명씩 모인다 치면 4개월이면 1천2백명이다. 1천2백명과 24명…
이분들이 가톨릭교리를 연구한다는 소문 자체가 전교상 적지않은 영향을 일으킬 것은 틀림없다. 교리강의를 다 들은 다음 영세입교하는 이도 있고 영세를 연기해나가는 이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좌석에서든지 천주교 문제가 나오면 모두 가톨릭의 대변자가 될 것은 틀림없다. 유력한 대변자들이다.
나이가 모두 70전후이다. 10년 이내로 이들의 절반을 세상을 떠날 것이다.
임종대세는 다 받을 것이다. 매번 큰 장례가 될 것이다. 장례미사에 서울 명동대성당은 지식인들과 문화인들로 꽉 찰 것이다. ㄱ때마다 잘 엮어진 추도강론을 할 것이다 이것도 큰 전교이다.
이 교리강좌를 끝난다고 해서 강좌의 문이 닫히지는 않으리라. 그분들이 자기 친척이나 친구들을 권고하여 보낸 것이고 남상철씨 같은 교우들은 계속해서 권고할 것이다. 이 서울시내에는 교우로서 대학 강사나 교수로 나가는 이가 약 1백명 된다고 한다. 이 교리강좌 소문을 들으면 자기 친구들을 권고하여 보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고 보면 서울 중앙에 대학교수들의 가톨릭 교리강좌가 상설되는 것이다…
나는 지방강좌 보다 이 중앙강좌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남상철씨의 요청을 쾌락했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 예정으로는 부산 대청동에서 교리강좌를 열기로 되었는데 사정이 이러하므로 못가겠다고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남상철씨에게도 이러하므로 못가겠다고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남상철씨에게도 이왕이면 그들이 동부인하여 청강하도록 주선함이 어떠냐고 편지를 보냈다.
얼마후 남상철씨가 수녀원에로 또 나를 찾아왔다. 그는 일부러 장만한 이 교리강좌가 「교구형편」에 의하여 「보류」당하였다고 보고하면서 기막힌다는 듯 크게 개탄한다. 작년 경향신문사 사업국 주최로 9월부터 개최예정이던 대중강좌도 「교구형편에 의하여 「보류」당했다. 그때 설계대로 지금까지 나왔더라면 일요강좌 세번 토요강좌 세번에 약6천명이 청강하였을 것이다. 그 내막이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한 일이다. 그리고 남상철씨는 그후 무슨 얼굴로 그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슨 이유를 내세워 교리강좌를 「취소」하였는지 이것도 무척 궁금한 일이다. (끝)
尹亨重 神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