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란 것을 우리보다 앞서 간 분들의 말로써 또는 우리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계시의 뒷받침으로 여러가지로 묘사한다. 이성적(理性的) 동물, 종교적(宗敎的) 동물 문화적(文化的) 동물인 동시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란 것은 인간이 둘 이상 어떤 목적을 위해서 뭉쳐진 단체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인간사회의 기본단위가 가정이다.
가정을 떠나서는 인간이 그 사회성에 입각(立脚)한 유(有)로서 존재치 못한다.
그러기 때문에 안식처로서 위안처로서의 가정에 대한 애착이 없을 때 인간의 사회성에서 오는 「속해있다는 의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정 아닌 다른 무엇을 찾게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인격(人格) 즉 가정교육으로서 다듬어지는 인간은 다른 아무런 사회로서도 형성되지 못한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여러가지 정신적 또는 육체적 기능과 「탈렌트」의 주체인 자아가 바로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 형성되어가는 근본도장이 이 가정이고 장차 인간으로서 행사할 모든 사언행위(思言行爲)의 바탕 마음씨 태도 사회적 성품이 이 가정에서 장성되는 것이다.
개인이 사회구성의 단위이고 사회의 기본단위가 가정이며 인간교육을 가장 쉽게 또한 능률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가정이라면 항간에서 요즘 떠도는 「인간개조」 역시 가정의 성화 가정의 분위기 향상 그리고 개조로써 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본다.
에외없이 모든 인간이 나서 싹트고 자라는 생의 대부분을 가정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길이요 생명이신 신인 그리스도가 30년이라는 긴 가정생활을 현세에서 보내신 것이다. 당신의 권능으로 얼마드지 기이한 모양으로 세상에 오실 수 있었고 특별한생활양식으로 인류를 선도 구속(救贖)할 수 있었지만 인간이라면 거쳐야 할 가정생활을 당신이 친히 실천하심으로써 가정사회의 중대성과 보편성을 우리께 가리쳐주신 것이다.
우리는 성가정(聖家庭)을 여러가지로 상상하고 묵상하며 묘사하지만 한말로 표현하자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를 위해서 형성된 사회였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은 그리스도의 사명을 똑똑히 간직하고 그 사명완수를 위해 가정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해드리려고 했고 자기네들의 전부를 여기 봉헌했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어느가정이든지 부모가 자기들에게 맡기신 새로운 인간을 궁극적으로는 그 자녀를 본 주인이신 천주께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보편적인 사명이요 의무인 것이다.
각 가정은 그 특징이 유일무이한 것이고 이 독특한 가정에서 그 가정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물 인간을 천주께 드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가정의 다양성 가운데 동일한 것이고 또 반드시 채워야 할 조건은 천주께서 즐겨받아 주시는 선물인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가정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가정의 모범이다.
우리는 세상 마칠 때 완성되는 그러나 지금 완성도상에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지체다.
따라서 지체인 우리 자신도 자라나는 그리스도라 할 수 있다.
만일 천주께서 어떤 이에게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역할을 부탁하셨다면 또 자녀들이 자라나는 그리스도임을 계시하셨다면 자녀들에게 대한 가정교육의 불충실과 냉냉한 태도는 감히 상상도 못할 것이다.
성가정은 가난했고 사회적 지위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가정에서 자라난 그리스도는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고 세상 마칠때까지 마음이 착한 이들이 평화와 행복 그리고 사랑의 스승으로 모시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현실사회에서는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전통있는 가정이면 의례 거기서 자라나는 인간은 옳고 훌륭한 것이고 빈곤하고 천대를 받는 가정에서는 옳은 인간이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오산하고 있다. 또 부모들은 이런 환경에 좌우되어 자기가 치러야 할 위대하고도 중대한 사명완수를 등한시하게 된다. 이것은 바로 인간의 목적을 부동(浮動)하는 물질적 현세가치(現世價値)에 두기 때문이고 이런 가치가 바뀔 때마다 인간형성 역시 바뀌게 된다. 사회적 물결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인간을 만들려는 데서 오는 필연적 결과이다. 인간이 사물을 지배해야한다는 불변의 인간위치가 오늘날 너무나 큰 위기에 놓여진 것은 현실이고 이것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가정생활이 동요한대서 기인한다. 남보다 더 불리한 조건이었건만 가장 훌륭한 인간을 형성해낸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노고와 그 속에 함축된 산치명을 우리는 연상해야될 줄 믿는다. 인간의 가장 좋은 천주께 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면 어떤 예술품보다 더한 노고와 시간이 요한다는 것을 부모된 자 명심해야 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