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는 성 분도 수도원 옆에 자라서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장성해서도 각지를 전전하며 허다한 신부님을 접했다. 좀 외람스러운 논평이지만 나는 신부님들의 특성을 미사 중에서 대별(大別)한다.
즉 미사 중 제대 앞의 어린이들이 떠들고 장난을 치면 어떤 신부님은 미사를 드리시다 말고 돌아서서 야단을 치시거나 과격하신 분은 내려오셔서 장난꾼을 끌어내시기까지 하며, 이와 반대로 어떤 신부님은 떠들어도 장난을 쳐도 그만이요 심지어는 꼬마 아기가 엉금엉금 제대를 기어 올라도 돈담무심한 분마져 뵈웠다.
이 두 「타입」을 나대로 해석하자면 앞 신부님은 엄위하신 천주대전에 아무리 어린이라 해도 그 불경(不敬)을 금하고 책망함이요 뒷쪽 신부님은 무한이 인자하신 천주께서 죄없는 어린것들이 장난을 좀 친다한들 이것을 즐겁게 받아주시겠지 하는 홍그러운 마음에서이리라. 이와 병행하여 강론 중에도 어떤 신부님은 상선벌악(賞善罰惡)을 강조하여 『자녀들 교리방에 잘 안 보내도 그 부모는 지옥에 가고』 『교무금을 게을리해도 지옥에 간다』는 식으로 경고위주(警告爲主)요, 또 한편 신부님은 천주의 사랑만을 주창하여 만유만상(萬有萬象)이 천주의 사랑과 융해(融解)되고 또 그렇게 되어져야만 생명의 진상(眞相)이라고 말씀한다. 이건 좀 딴 얘기지만 내가 여기서 연상되는 신부님 한 분이 있다.
해방되는 해까지 저 북변 두만강(豆滿江) 저대 계림(鷄林)이란 촌락 본당신부로 민신부라는 독일인(獨逸人)수도사가 계셨는데 마침 어떤 주일 저녁에 멀리서 찾아간 손과 반주(飯酒)가 좀 지나쳐 얼굴이 붉게되어서 강복예절에 나아가게 되었는데 그 손이 『신부님! 얼굴이 붉어서 어찌 강복을 드리시렵니까?』하니 민신부님 『천주께서는 흑인종도 백인종도 황인종도 다같이 사랑하시니 나같은 홍인종인들 어떠랴』고 흔연소답(欣然笑答)하더라는 선문답(禪問答)같은 일화가 있다. 이 주인공은 아깝게도 해방직후 별세하셨으니 철학박사이셨고 고고학자(考古學者)로서는 독일 학계에서도 손꼽히던 분으로 신부님이 한국에 오셔서 수집하고 정리하신 자료들이 많았으나 공산당 손에 들어가 그 후 어찌 되었는지 행방을 모른다.
각설하고 저렇듯 우리 신심생활이 이성(理性)과 정서(情緖)가 혼연(渾然)하기가 어렵다.
필경 신심의 진폭(振幅)은 각자가 각기의 개성대로 창조해 나가는 것이요 각색각양의 신심이 자기다운 꽃을 피워서 천주의 화원은 찬란할 것이다.
具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