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레지오·마리에 운동이 창설된지 제10주년을 맞이한다. 레지오·마리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조직적인 평신사도직 단체인 동시에 이 땅에서는 또한 이보다 강력하고 큰 단체는 없었으며 이제와서는 공고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이러한 성공을 거둔 가운데 창설 제10주년을 맞이하게 된 전국 6백 쁘레시디움 각 단체는 비록 발족한지 시일이 얕은 곳에서도 함께 자축하는 날을 정하고 크게 기념할 일인줄 안다.
지방 사정에 따라서는 다소 기복을 면치 못할 수도 없지 않았겠으나 그러나 전체를 두고 볼 때 그 발전은 실로 꾸준하고 무성히 성장해왔다. 마치 좋은 씨가 좋은 터전에 심어져 적당한 온도와 수분을 마음껏 누리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듯 참 부러울만치 씩씩하게 자라났다고 하겠다. 그간에 이를 씨 뿌리며 메고 가꾼 분들의 귀중한 노고를 들추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서 생명의 탄생처럼 아름다운 일은 창설하는 일일 것이다.
또 그 창설 사업이 소기(所期)의 성과를 얻었을 때에 있었으랴. 그러나 이런 일을 하나하나 들어서 논공을 헴받치는 일은 어디까지나 겸양의 미덕에 살고자 하는 그분들의 원의가 아닐 것이요 한국 레지오·마리에 전체에 보내는 망강의 축하보다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는 바다. 새삼 레지오·마리에 활동의 위대한 공적을 되뇌이거니와 이 땅에 그 조직이 발족했을 때는 6·25 전란 직후이어서 보느니 처절하고 참혹한 현실이 왼누리를 석권한 시기이었다.
남부여대한 피난의 군상들이 그래도 초토가 되다싶이한 연고의 땅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먼저 영혼의 안식처를 찾았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나 영성적 생활의 중심을 본당에 두어야 할 일이겠으나 어떤 조직을 중심삼을 때 그것은 더욱 용이한 법이다. 레지오·마리에는 이런 욕구를 채워주기에 그 정신이나 방법이 모두 참신하고 훌륭했던 것이다.
한국 레지오·마리에가 반드시 전쟁 직후의 건설과 조직을 갈망하는 시리(時利)만을 얻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 근보은 어디까지나 고매한 창립정신 및 탁월한 조직능력에 있는 것이다. 레지오·마리에의 기율정신을 잘 체득하고 있는 단원들은 비록 기율실행의 부담이 과중함을 느끼면서도 그 성과에 가서는 다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지오·마리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성과 등을 쉽게 열거할 수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는 항상 단원들을 크게 자극하고 보람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 이 또한 한국 레지오·마리에 발전의 한 원인으로 계산해야 할 것이다.
쁘레디시움은 레지오·마리에의 바탕 조직이다. 오늘날 그 수효가 6백여 쁘레디시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각 쁘레시디시움이 모범적으로 본래의 기능을 발휘한다면 그것은 방대한 힘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질(質)은 양(量)을 능가할 수 있다는 원칙을 교훈삼을 일이다. 모든 사도직 단체 운동에서 흔이 볼 수 있듯 과잉정렬의 소치(所致)로 숫자 증가에만 몰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국 레지오·마리에 창설 10년을 맞이하는 마당에 당연히 마음써야 할 일은 지금까지 무성하게 성장한 큰 몸집을 계속해서 좋은 영양과 환경하에 두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10년의 역사와 전통이 자랑스럽고 보람찬 그것이었을수록 그것을 지켜나갈 부담은 큰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한국 레지오·마리에는 이제부터 본 궤도에 서서 일해나갈 한 계기를 장만할 수 있어야 한다. 10년간 기초작업에서 참 좋은 뿌리(基盤)를 장만해놓았기 때문에 앞날은 밝고 희망에 차있음을 또한 자축(自祝)할 일이다. 속담에 집짓는 사람과 그 집을 차지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일그러진 사고방식일 것이다. 가령 초창기에 많은 수고를 해온 분들이 자기들은 조직은 잘 하지만 운영을 잘 못한다는 식으로 나와서 될 말이 아니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신앙은 알지만 신앙의 기쁨을 모르는 거와 다를바 없다. 오랜 전통에 빛나는 학교가 보다 좋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이겠는가.
한국 가톨릭의 큰 자랑인 레지오·마리에가 창설 제10주년을 맞이한 것은 정녕 함께 기뻐할 일이며 전국 6백 쁘레디시움 각 단체 앞앞이 진심으로 경축의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