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에서 동료직원의 부인이 음독을 하여 병원에 운반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었다. 그러나 아직 그 당사자는 출근도 하지 않았었다. 필경 전날 밤 집에 들어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더 기다릴 수는 없어 불야불야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데 그 때야 이 친구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긴 말 않고 그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렸다.
『왜 그래요!』
『아직도 몰라? 당신 부인이 음독을 했다구 전화가 왔었어.』
그는 당장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있다가
『어느 정도래요?』
『글쎄 나도 몰라. 전화로만 걸려온 것이니까』
역시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처음의 그런 당황한 표정이 아니고 이제는 아주 심각하고 침착한 표정이었다.
나는 음독해야 할 사유에 대하여 더 묻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지 불쾌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의 가정싸움 뒷처리나 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찻 속에는 오래 아무 말도 없었다.
병원 가까이 왔을 때 그는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다.
『며칠 전 가족회의에서 완전히 이혼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
『애기는 몇이지?』
『셋이 있어요』
『이혼이 되겠어… 아이들은 어떻게 하구』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병원에 갔을 때 그의 부인은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아무렇게나 헤쳐져 있는 자기 부인의 가슴을 덮어주고 그 곁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처량히 보엿으나 당연한 결과처럼 보여 별 동정이 안 갔다. 그래서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 나는 그를 거기에 남기고 그대로 돌아와 버렸다. 사실 더 있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 후 그는 아주 핼쑥히 여윈 얼굴로 출근했다. 이틀동안 사람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우리는 같이 찻집으로 갔었다.
『어때 괜찮아?』
『네… 오늘부터 혼자 일어나요』
『잘 됐어. 근데 말야 부인 하나쯤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잖아』
나는 전날 하곺았던 말을 좀 언짢게 하였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는 것을… 그 사람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 헤어지기로 합의를 한 것겁니다…』
『그래서 나으면 갈라지기로 했어?』
그런데 그는 의외로 똑똑한 음성으로
『이혼 않기로 했어요! 부부로서는 이혼이 될 것 같은데 아이들 때문에 아빠 엄마는 이혼이 안 되겠어요』
나는 그 신통한 말에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음독을 하지 못했을 뿐 그의 표정은 음독자 이상의 침울한 표정이었다.
이틀동안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가 있을까.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갑자기 그는 많은 체험을 쌓은 거룩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용서해 줄만큼 만은 고생을 겪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결코 긴 세월을 두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계기만 있으면 이렇게 하루동안에 만들어지는 것임을 목격한 것 같다.
趙東華(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