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을 보내면서 신부 생활 50년 금경축을 맞으시는 유신부님은 전 우리본당 신부님이시다.
1887년 6월3일 불란서 「성디에」교구 「베드네 성부리스」시에 탄생하사 1907년에 빠리외방전교회에 입학하시고 1913년 9월28일 사제승품을 받으셨다. 동년 2월10일 「빠리」에서 출발하사 익년 1월24일 대구에 도착하신 후 첫 임지인 전 浦項 「예수성심시녀회」에서 _生을 보내시는 柳神父님(왼편 앞).
북고산되재본당에 부임하셨다. 1920년부터 1931년까지는 수류본당 신부로 계셨다. 그 후 1932년부터 1958년까지는 함안, 영천, 대구 성 바오로 수녀원 지도신부로, 그 후 1958년부터 현재까지 포항 예수성심시녀회 지도신부로 계셨다.
거룩한 금경축을 맞이하시는 신부님과 저와는 잊을 수 없는 처지임은 신학교에 입학한지 3년째 되던 해에 우리 본당 신부님으로 오셨고 사제승품을 이 신부님 시대에 받았기 때문이다. 애호를 받게된 본 신부는 벌써 사제생활 34년을 넘겼으나 우리 신부님과 같이 빛난 업적이 없음은 부끄러울 뿐이다.
경애하올 신부님의 50년 사제생활은 오로지 꾸준한 노력과 희생으로 천주의 나라와 구령사정에 한평생을 바쳐오신 성자의 길이다.
『인생 고희(人生 古稀) 칠십이라』 하였는데 우리 신부님의 일생의 전부는 사제 성직에 바쳤고 천주님 나라의 충실한 일군으로서 오늘에 이르렀다.
신부님은 우리 교회에서 드물게 뵈올 수 있는 고결하신 전형적 성직자이시며 그 생애 가운데 끼쳐오신 보람의 너무도 크고 훌륭하심은 마땅히 천주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아 금경(金慶)의 영광을 얻으시고도 남을 것이다.
혼란과 고민 속에 들어 있는 현 사회에 있어 영혼의 지도자로서 온전한 마음과 온전한 사랑을 지니시고 평생을 오로지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넓히시고 복음과 그 진리 이외는 아무것도 관념하시지 않으시며 일체를 천주님께 봉헌하신 신부님의 고매(高邁)한 인격과 청정(淸淨)한 생활은 모든 교우들과 성직자의 흠모하여 그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부님의 업적을 회고하여 볼 때 바쁜 걸음으로 호남·영남지구를 중심삼아 언제나 건설적인 장면에서 계속 줄달음쳤던 것이 뚜렸한 사실이다.
성학(聖學)을 전공하신 후 착하신 목자로서 앞날의 원대한 포부와 이념을 품으시고 고국과 부모 형제를 주의 훈명(訓命)대로 등지시고 순교선열의 피로 적셔놓은 할 일이 많은 삼천리 터전을 바라보신 때 당시의 기백과 희망의 기쁨이 충만하셨을 것은 사실이다.
이로부터는 신부님의 전체는 광명이요 소금이요 이르는 곳마다 교우들의 어둠의 앞길은 밝혀졌고 지내시는 곳마다 소금에 절인 신앙은 반석같이 굳었으니 그간 고이 자란 양군(羊群)은 59 금경을 당하신 목자 영광의 피리 소리에 운집원경(雲集圓慶)함이 당연하고도 남을 것이다.
신부님의 춘풍추우 팔십성상의 노고의 주름살과 백발을 볼 때 고요히 꽃피는 아침 달밝은 밤에 신부님을 수호하시는 천사는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거룩하심도 바빴고 금자공탑(金字功塔) 쌓기도 바빴을 것이다.
한말로 신부님의 일생은 일거일동이 모두 거룩했고 희생이어서 많은 공적, 우리 신부 사회의 구감(龜鑑)이며 우리 교회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으며 모든 이의 찬양과 흠모의 대상이 되고도 남음이 클 것이다.
언제나 천주님의 성의에 순명하시는 정신과 표양(表樣), 어떠한 노고 가운데에도 평소의 언행과 모순됨이 없이 성실과 용기와 관후와 인자로써 대처(對處)하셨고 여하한 시련에 직면하였을지라도 일찌기 바로 이 고장에서 순교하신 순교자들의 거룩한 자취를 받들어 인자(仁者)의 풍모로 조용히 가시덤불을 헤쳐나오셨으니 그 굳건한 신념과 속깊은 예지는 우리 교문(敎門) 초목 위의 이슬처럼 촉촉히 내리고 있다.
신부님은 세속을 초월하는 미덕이나 위업을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실뿐더러 주님의 그늘에서 봉헌하는 하치않은 존재로 자처하시고 단심어린 지성으로 천주님의 영광만을 드러내시며 총명과 정결과 겸허한 생애로써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이 오직 당신의 뒤를 따르는 순량한 양들에게 어둔 길을 밝혀주는데만 전심전력하시어 오늘의 금경(金慶)을 당하셨다.
경애하올 신부님 아직도 빈궁과 혼란이 가시지 않은 이 나라 이 복잡한 현실에 있는 성직자의 성화가 되시어 다음 보경(寶慶)의 은전(恩典)을 뵈여주시기 바라오며 성총을 많이 간구하시와 불쌍한 양들의 영혼을 행복스럽게 지도하여 주소서.
후진성직에 미숙한 저희들은 유적(遺跡)을 충실히 본받기로 약속하오며 신부님의 거룩한 일생이 쌓으신 금자탑을 목표로 삼고 우리는 성과열을 바치겠나이다.
신부님 만수무강 하소서.
金榮九(全州敎區 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