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활축일을 기해 영세(領洗) 입교한 전국의 각 본당 새 교형자매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보낸다.
성 베드루 종도는 『너희즐은 간선된 인종(人種)이며 왕(王)다운 사제군(司祭群)이며 거룩한 민족이며(천주의) 소유로 간택된 백성이(베드루전서 2장 9절)』된다고 했다.
새로 영세된 분들은 다시, 견진성사로 인호(印號)를 받는 한 과정이 더 있지만 이미 사제군(司祭群)에 참여했다. 영세로 사제군에 참여한다는 표현이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평신도의 사도직이라 하여 신자들이 제 직분(職分) 및 직역(職域)에서도 성직(聖職)을 도울 수 있을뿐 아니라 바로 그 성무(聖務)의 일단을 감당해가야 한다. 이 평신도사도직의 근본은 곧 사제군에 참여하는 데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공의회 제2회기에서 공의회 교부들의 발언 중에 널리 언급되었지만 오는 제3회기에서는 그 본대목(평신도 사도직)에 들어가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定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표현은 평신도가 서품(敍品)된 사제(司祭)와 같은 것(同一)이라고 하거나 같은(同格) 권한을 차지한다는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단순히 보조(補助)한다기 보다 그 사제직에 적극 참여함으로 진정 사제군(司祭群)이 되었다는 뜻이다. 혹 새롭게 들을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진리도 우리 가운데서 동면(冬眠)할 수 있다는 이치를 생각해 볼 때 어떤 자각(自覺)과 자극을 주는 가르침으로 들을 수 있겠다.
평신도가 참 사제군(司祭群)이면 그도 미사성제를 봉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미국 「씨톤 홀」대학의 외스트라이크(몬시뇰)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분명히 평신도가 미사를 봉헌하며 떡과 술을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變化)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위임(委任)을 받은 사제의 권능에 속한다. 그러나 평신도는 거기 한몫이 되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땅(世界)과 그 과실(果實)을 들어 천주의 영광을 노래할 수 있다. 모든 기계(機械)를 들어 공동선(共同善)에 봉사하게 할 수 있다. 큰 세계를 움직일 수는 없을지라도 제 둘레에 천주의 정신을 채워갈 수 있다. 사제가 변화지례(變化之禮)를 행하듯 세계를 변화시킬 큰 사명을 지녔으니 평신도는 한 사제(司祭)이다.』고 했다.
「로마」 성청의 통계가 밝혔음과 같이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전교성적이 좋은 고장이다.
이러한 반가운 추세에서 한국 교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금년에 입교한 분들 중에서 더 많은 냉담교우들을 내고 있는 사실이다. 그 으뜸가는 원인은 영셎준비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들고있다. 한편 구도자(求道者)의 정성 및 일반적인 추세 등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번잡한 준비과정을 대폭 완화, 간소화 하더라도 그 정성과 추세에 호응해줄 도량이 필요한 것이다. 불필요한 난관(難關)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현상은 영세준비 과정에 대한 재검토를 강요(强要)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되고 있는 근원을 철저히 규명하여 좋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새로 그리스도의 신비체(神秘體)의 일원(一員)이 된 이번 부활영세자 여러분의 그 영광에 맞서는 중대한 책임성을 강조하고 싶다. 어떤 단체에 있어서도 그 단체의 공고한 유대 · 발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그 단체의 일원이된 자각적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다 곧 소속감(所屬感)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정신을 영세의 감격을 한참 안고 있을 때 강조한다는 것은 좀 지나쳐도 좋은 일인줄 생각된다. 사족(蛇足)을 단다면 영세를 한 고비로 예비기간의 노력을 져바리는데도 적지않은 원인이 있다. 실은 『왕(王)다운 사제군(司祭群)』 된다는 표현을 선듯 알아듣기 힘든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해져 가고있는 이른바 평신도 사도직의 근본정신에서 이것을 새겨볼 때 비로소 십분 납득이 간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가 평신도사도직의 대열(隊列)에 들어서야 한다. 우리의 주위를 살펴 볼 때 우리는 마치 대열에 들어선 병사와 같이 행동하는 신앙을 고백해 갈 현실적으로도 긴박한 환경 아래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톨릭신앙은 개인적으로 파괴되지 않는다는 자랑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대열에 들어선 일원이 된 것을 자각하자.
부활영세의 기쁨을 전국신자들과 함께 나누고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