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전교에 사용하고 있는 「요리문답」(要理問答)은 1931년 전국 주교회의의 명령으로 공포된 것으로서 3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그 내용의 개정, 용어의 개정 및 통일 등 손댈 곳이 많다. 이 문답책을 손에 들고 예비신자들 앞에 나설 때에는 낯이 뜻뜻한 때가 많고 군색한 용어해설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많다.
문답책 내용 개정에 대한 의견은 다른 기회에 미루기로 하고 우선 일반용어의 개정과 또 문답책과 기도문의 용어 통일에 대하여 몇 가지를 추려보기로 한다.
문답 64조에는 예수 부활하신 후 「림보」에 가셨다 했고 종도신경(宗徒信經)에는 「지옥」에 내리셨다 했다. 우선 피차 통일이 되어있지 않다. 「림보」를 설명하기에도 시간이 낭비되거니와 예수님이 「지옥」에 내리셨다는 점에 대하여는 설명도 하기 전에 청강자들이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것은 「古聖所」(고성소)라고 고치면 손쉽게 처리될 것이다.
문답 153조를 위시하여 「명오 열린자」란 용어가 많이 나온다. 이것도 우리 말에 없는 용어이다. 「知覺(지각)난자」라고 고치면 알기 쉬울 것이다.
문답 118조의 「許願(허원)」은 「誓願(서원)」이라 고치면 알기 쉬울 것이다.
문답 140조에 「聖敎四規」(성교사규)를 규정해 놓고 156조에 가서 교무금법과 혼배법 두 가지를 덧붙여 놓았다.
이 덧붙인 두 가지 법을 실행하는 것은 신자들의 중요한 의무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법을 덧붙이기 조항을 하지 말고 아주 「聖敎六規」(성교육규)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는가.
문답 160조에 『德行(덕행)은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는 덧덧한 心向(심향)이니라』 했다. 이 『덧덧한 心向』이란 말은 알 수 없는 말이다.
먼저 「덧덧常」자(字)는 『항상 상자라고도 한다』고 글자 이름을 내놓고 설명해야하고 「心向」이란 용어도 여기에 꼭 맞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덧덧한 心向」을 『恒久한 心向』이라고 하면 힘 안들이고 알기 쉬울 것이다.
천주경을 위시하여 모든 경문과 문답책에 「誘憾」(유감)이란 용어가 많다. 이것은 「誘惑」(유혹)이라 고치면 설명 없이도 잘 알 수 있다.
문답 178조의 「七罪宗」(칠죄종)보다는 「七罪_」(칠지ㅗ원)이라 하면 순순히 알 수 있고 또 「간吝」(간린) 「迷色」(미색) 「貪_」(탐도) 등 난자난어는 「物慾」(물욕) 「色慾」(색욕) 「貪食」(탐식) 등으로 고치면 좋을 것이다.
문답 성사편에 「禮節」(예절)이란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禮式」(예식) 「儀式」(의식)으로 고치면 불필요한 설명을 생략할 수 있다.
우리 말에서는 「禮節」(예절)이라 하면 예법의 절도를 말하는 것이요 예식이나 의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답 222조를 위시하여 「致命」(치명)이란 용어가 많다. 우리 현대말에 「致命傷」(치명상)이니 「致命的」(치명적)이니 하는 용어는 쓸 줄 알지만 이 「致命」을 순교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문답 285조의 「__」(미사)는 구태어 옛날 쓰던 어려운 한문자를 살려둘 필요는 없다. 「미사」라고 한글로 쓰면 좋을 것이다.
문답 302조의 「終傅」(종부)는 이 「傅子」(부자) 설명이 필요하다. 「傅子」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자를 한자 먼저 가르쳐놓고 이 자는 「베풀 傅」이니 『마지막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는 성사』라는 말이라고 장황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종부성사를 설명하려면 자연 「기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니 「終油」(종유) 성사라 하면 어떠할까?
문답 316조에 「婚配阻당」(혼배조당)에서 십사조당(十四阻당)을 설명하게 되는데 「阻당」이란 용어를 아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支障」(지장) 「障碍」(장애) 등으로 고치면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阻당」의 뜻이 「支障」이라고 한 번 들어도, 그 때는 알았다가 후에 망각하고 다시 『阻당이란 무엇이던가』하기 쉬운 것이다.
십이단성교사규(十二端聖敎四規)에는 『1은 무릇 주일과 모든 瞻禮(첨례)에 미사를 참례하라』 하였고 문답 141조에는 『모든 주일과 罷工(파공) 첨례날을 거룩하게 지냄이니라』하여 통일이 되어 있지 않다.
첫째로 「무릇 주일」을 모든 주일로 알아들을 사람이 없고 또 『모든 첨례에 미사를 참례하라』 하였으니 이 「모든 첨례」를 『일년 다섯번의 파공첨례에 한정된 것이다』고 장황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1은 모든 주일과 모든 파공첨례에 미사를 참례하고』 이렇게 고쳐야 할 것이다.
이상은 몇 가지 추려서 소감을 피력한 것이다. 교회 당국에서는 교리와 어학의 권위자로 위원회를 조직하여 요리문답의 내용개정, 국어의 개정통일 등 중요한 사업을 조소히 완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曺元煥(서울대교구 전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