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교회 주일이다. 밀씨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교회도 순교의 피를 본 후에야 비로소 세계 포교에 적당한 실력을 저축하게 된 것이다.
1622년 그레고리오 15세가 전세계의 가톨릭 포교의 통일적 중앙기관으로서의 포교성성을 설립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포교성성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지면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이 포교성성 안에 포교사업 후원회가 있고 이 후원회 가운데 국제적 존재인 전교회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유래를 말할 것 같으면 1822년 뽈린 자리꼬란 불란서 처녀가 「리옹」에서 포교를 위한 소액의 모금과 짧은 기도로 시작한 사업이 1922년부터는 교황청 사업이 되어 본부가 「로마」로 옮겨진 세계적인 포교사업이 된 것이다. 지금 시복조사 중에 있는 「선교사의 어머니」의 이름을 가진 자리꼬의 귀천 1백주년 기념행사가 작년에 거행되었음은 우리가 아는 바이다. 겨자씨가 자라 무성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깃들인다는 주님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전교는 교회의 본질적 임무요 교회가 창설된 목적이 바로 거기에 있으므로 교회는 2천년 동안 모든 곤란을 무릅쓰고 이 전교를 계속하고 발전시켜 오는 것이다.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종도들에게 『너희는 가서 만민을 가르치라』 하신 전교의 책임은 첫째로 성직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예수의 이 말씀은 평신자들에게도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영세로써 주의 제자가 된 모든 신자는 그 신분과 처지에 따라 복음전파의 대사업에 참가해야 한다. 전쟁은 일선에 있는 군인에게 맡겨두기만하면 그만이요 후방에 있는 국민은 관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의 전쟁은 소위 총력전이다. 천주의 나라·확장을 위한 전쟁도 최초부터 총력전이다. 무신적 반그리스도교적 모든 세력의 총동원을 안전(眼前)에 두고 우리는 잠자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후방의 임무를 다하지 아니하는 국민을 비애국자로 규정하는 것과 같이 전교하지 아니하는 그리스도 신자도 단연 배척하는 바이다.
멀리 있는 다른 나라를 그만두자 금년도 천주교회 통계표에 의하면 오늘 우리 나라에 아직 복음의 은혜를 입지 못한 3천만 동포를 교화하기 위하여 포교 제일선에서 수고하는 547명의 신부와 2294명의 수사, 수녀, 5966명의 교리교사 또 예비군으로 776명의 신학생이 있다. 이 당당한 총세의 포교군을 대체 누가 지지하지 않으면 아니되겠는가. 지난 1년동안 4만5천572명의 신자 증가를 낸 빛나는 전적(戰績)이 누구의 덕택인가.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신자 옆에 아직 98「프로」의 다대한 미신자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우리는 오늘 포교군의 승리를 위하여 열심히 기구하였는가 포교군의 후방국민으로 무엇을 하였는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교회는 여러가지 방면에 비상한 곤란을 당하고 있다. 즉 교회의 사회적 활동에 있어 혹 그 유지에 있어 또한 신자 각자의 생활에 있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통계와 여러가지 경험에 의하면 현대에도 포교는 잘되고 천주의 나라는 확장일로에 있다.
추수할 것은 과연 많으나 일군은 적다하신 예수의 말씀을 우리 교회역사에 대조해 볼 때 그것은 이미 그러하였고 또 다음에 남북이 통일될 것을 가정할 때 반드시 눈부신 활동의 성과를 올릴 날이 기대된다. 그때야말로 일군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부터 그 시대를 위해 일군을 준비시켜야겠다. 물론 그 시대도 역시 성직자가 포교 제일선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 위대한 추수의 시대가 올지라도 성직자의 수 부족은 면치 못한다. 더욱 북한의 성직자들이 희생이된 오늘에 있어서랴.
그러므로 그 시대에 이 적은 성직자를 도울 보조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전도사 양성소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문제는 주교단에 맡기고 근본문제는 좀 더 전교하고자 하는 정신을 가지자는 것이다. 오늘 전교의 날을 당하여 일선에서 수고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을 위하여 기구하고 한 가지 전교방법을 실천함으로 포교전선 후방에 있는 신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자. 그것은 자리꼬가 시작한 포교사업후원회의 목표인 『소액의 기금 그러나 많은 사람으로부터 매일의 짧은 포교를 위한 기도 그러나 기백만인의』에 찬동하여 전교회에 가입하는 일이다. 요즈음의 신자들의 전교회 가입 운동이 옛날에 비해 침체상태에 있는 느낌이 있다. 우리는 「로마」 전교회 본부에 조금 바치고 많이 얻고 있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계제도가 설립된 오늘 수치스러운 일이다. 받는 것 보다는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바오로 종도의 말씀대로 우리나라 포교를 위해 넉넉하고 나머지를 다른 나라 전교지방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지를 가지도록 하자.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다. 12세 이상의 신자는 이 회에 가입할 수 있고 매년에 소액의 회비를 납부하고 매일 「주모경」과 『성 프랑치스꼬 사베리오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의 짧은 기도를 바치기만 하면 된다. 신자들의 각성을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