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지금 민생고에 허덕이고 여러가지 정치적 「스캔달」에 동요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광명이 빛을 잃은 것이 아닌지 사랑이 우리 인간 마음 속에서 결정적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지 자신을 의심하지 아니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부정 부패 횡령 살인 집단자살 강도 절도 깡패 등 어두운 면만 라디오와 신문을 통하여 꼬리를 물고 연속 보도되고 있고 흥분된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의 눈을 어지럽게 하고 우리의 귀를 시끄럽게 하는 이러한 사건들은 과연 우리 국민을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이며 정말 우리 국민이 설 땅이 어디인지 그저 암담하고 입맛이 쓰고 원한스럽기만 하고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다.
사건을 일으키기까지 생활을 향락하면서 배를 채우는 일부 정치배나 간상배의 생활보다 사원짜리 국수 한그릇을 먹으려고 지게 행렬의 가관을 이루기까지 생활과 투쟁하면서 굶주린 가정을 이끌고 가는 노동자의 생활이 더 고무적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풀 수 없는 불-성신-로타지 아니하면 우리의 수고와 노력이 헛것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성신 강림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종도들과 우리와 또 많은 결핍과 빈곤을 안은채 하늘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보는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가 보내신 광명과 힘과 사랑의 성신을 생각해 본다. 광명, 힘, 사랑! 이 얼마나 명랑한 말이냐. 그러나 이 얼마나 우리 주위에서 잃어 버린지 오랜 말이냐! 암야와 같은 요즘에 광명과 힘과 사랑은 성실한 사람이면 자신을 위해서나 조국의 장래를 어깨에 질머질 자들을 위해서나 누구나 느끼는 절박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책임감 -우리의 것이던 우리의 지도자의 것이던- 무겁기만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내부에서 폭발하려고 위협하고 있는 화약고(火藥庫) 앞에 우리 모두 연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히 그리스도 신자는, 남보다 더욱 아무 걱정 없이 다음에 새로운 내일의 행복된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미정의 시간만을 기다리면서 지금 그저 손을 씻고 안이하게 물러 설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 신자는 자기가 지니고 있는 신앙이 아무것도 약화시킬 수 없다는 확실성을 주기 때문에 현실을 타개해 나갈 이 용기를 가려야 하고 무사 무욕이 정신을 가려야 할 이 중요한 시기에 절대로 고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광명의 원천이시요 힘의 급여자시요 긴급하고 부조리한 모든 사건 앞에 사랑을 뿌리는 자이신 성신이 우리 위에 또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우리가 사랑의 성신과 함께 있으면 우리의 사랑은 모든 것을 포옹하고 모든 곳에 침투할 수 있다. 우리의 사랑은 높이 올라감과 동시에 깊은 구렁텅이 속에도 내려갈 수 있다. 금과 은은 우리에게 없거니와 성신의 사랑은 어두운 음모와 술책에 더럽히지 아닌채 현명할 수 있고 인간을 짓밟이 아니하면서 지배할 수 있고 모든 이에게 봉사하면서 매우 자유로울 수 있다. 정의 현명 강직(剛直) 절제의 존귀함이 사랑에 있다.
성신의 사랑은 약한자의 힘이요 병자의 구원이요 상처를 입은 자의 약이요 괴로와하는 자의 위로이요 결핍의 쓴 잔을 감미롭게 하는 쁨이요 마음이 탁한자를 벌하고 형제를 맺어주는 사슬이다. 지금 우리는 두 어깨가 땅에 다을 정도로 위급한 순간에 살고있다. 우리는 모든 정전(政戰)과 불화를 지양하고, 일대 각성을 요하는 시기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는 성실한 양심만 지니고 있으면 성신께 향한 기도의 효능을 믿어도 좋다. 우리의 신앙의 조상들이 이행한 것을 우리는 왜 실행할 수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