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학자 R씨의 저서 「新稿勞動法」에 레오13세의 「레룸·노바룸」(社會秩序大憲章)이 인용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책을 얻는데로 곧 뒤져봤다. 「勞動權思想」을 설명하는 대문에 가서 『가톨릭교에 있어서도 일찌기 레오13世의 回勅中에는 이미 積極的인 內容의 勞動權思想이 싹터있지마는 레오12세는 이 回勅의 發表 後 50周年을 記念하는 放送式辭에서 좀 더 명백히 勞動에 의하여 生存을 確保하는 權利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同著 79頁) 노동권 사상은 그리스도교 내지 자연법 사상엣도 생존을 위한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는 한 줄거리에다가 몇 줄 비추었을 뿐이다. ▲달리 본문 「레룸·노바룸」이나 내용을 취한데가 있을가하고 내려 읽었으나 전연 그런 흔적은 없었다. ▲그런데 동 저서를 포함하는 다른 노동법관계의 우리말 법률책들이 한결같이 미국의 「타프트·하트레」법에 언급하고 있고 동 법은 우리 노동법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으나 아직 그 법률 자체를 비판한 것을 찾아보지 못했다. ▲미국의 노동지도자 미니씨는 자기는 가톨릭신자요 「레룸·노바룸」의 정신을 받은 자로서 「하트레」법과 같은 악법을 지킬 수 없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아이크 내각의 노동 장관직을 물러난 사람이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노동권 사상은 18·19세기의 부산물이요 특히 2차대전 후부터는 중요한 헌법사상이 되었다고 하거나 좀 더 과감히는 사회주의 사상의 참여(參與)에서 얻은 과실(果實)이라고까지 거의 저 일본서적들의 태도를 종잡고 있지만 가령 이 「레룸·노바룸」에 표현된 힘 있고 신선한 글 한 줄을 인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슨 연고일까? ▲비단 이같이 사상에 관련된 일 뿐만이 아니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그 학문의 핵심에 파고들어가다가 보면 어디 의거해야 할 바탕을 더듬게 된다. 그것 없이는 소론(所論)에 허둥지둥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가령 노동권 사상에 들어가서 사회주의에 의거한다고 다짐하지 못하는 딱한(?) 사정(자본주의에 의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고보니 학자의 「스타일」을 구기게 마련이다. ▲우리들의 태반은 그네들에게 곧 대답해줄 총명이 없다. 그 까닭은 우리 자신들이 아직도 교회와 같이 생각할 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