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새삼 직감한다. 극심한 생활고 속에 숨막히는 「삶」을 이어가면서 좀 더 잘 살아보자고 새로운 제3공화국의 대통령을 선거하고 이제 국회의원 선거를 치루려는데 민주주의를 뿌리채 뽑으려는 부정선거 지령이란 어마어마한 사실이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기막히고 한심한 일이다. 6·25 동란 직전이나 3·15 부정선거 직전에 험악하고 불길한 사태와 비슷한,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욱 긴급한 불안감에 싸여있는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미국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라는 중대 뉴스가 튀어나왔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내 귀를 의심하고 라디오의 「다이알」를 이리저리 돌려 보앗으나 이것은 거짓이 아니고 사실이었다. 이 순간 나는 온세계가 불안의 도가니 속으로 무너저 들어가는듯한 절망과 허탈감을 느꼈다. 자유진영 안에 최대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암살되었다는 사실은 기가막힌 노릇이다.
얼마 전 월남 「쿠데타」에서 자결했다던 디엠 전 대통령도 암살된 것이 드러났다는 보도가 생각된다. 두 대통령이 다 열렬한 가톨릭 신자였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함해서 죽은 유태인들은 나라를 잃고 가는 곳마다 천대와 학살을 당했다. 아이히만의 유태인 6백만명 학살 사건이란 끔찍한 사실이 머리에 떠오른다. 이것이 모두 「권력」과 「재물」과 인간의 그릇된 욕정이 빚어논 오점인 것이다. 한 개인이나 가정이나 어느 사회국가 안에 참된 정의와 진리가 흐려질 때 불안과 부정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마련이다. 인간 사회에 불안과 부정이 뿌리채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권력과 재물과 인간의 욕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대문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못박혀 죽으신 뒤에 그 제자들과 신봉자들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떨고 있었다. 몇일 후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그들 가운데 나타나서 『너희는 평안할 지어다』고 하였다.
제자들은 그 후 갖은 불안과 위협과 박해 속에서 자기 목숨을 바쳐 순교할 때까지 그리스도의 진리와 복음을 전파하는데 전력을 다하였다. 그리스도가 주신 평화의 확실한 보증은 그들에게 있어서 극도의 불안과 위협화 학살을 진리와 정의의 승리로 이끌게 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불안의 연속 속에 그리스도가 주신 참된 평화에 대한 확신만이 불안을 극복하고 진리와 정의를 끝까지 사수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너희는 평화할 지어다』
尹炳熙(서울 祭基洞본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