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녀원이 경영하는 오래된 보육원(保育)이 있다. 발족한지 수십년이 되고 보면 그동안 허구 많은 고아들을 양육했고 교육시켰고 또 버림받은 많은 영혼들을 주의 품 안으로 돌려보낸 업적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유(類)의 보육원은 대개가 엄격한 규칙 아래 사회와는 높은 담을 싸놓고 몰교섭(沒交涉)하기가 일수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두고 다른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동안에 그들은 그들대로의 독특한 언어 풍속이 굳어 간혹 외부 사람이 가볼라치면 우선 그 말씨가 독특하여 우습기만하다. 그들대로의 방언이 따로 있다.
일테면 「XX고아원 사투리」가 있는 것이다. 간혹 수녀님이 나무라든지 벌을 주고 돌아서면 고아들은 수녀님 뒤통수에다 대고 『신경질!』하고 소리를 지른다. 말하자면 그들 세계의 욕설이요, 저주다. 「신경질!」 상스럽지 않는 좋은 말같지만 수녀님에게 대해서는 욕된 말임에 틀림이 없다.
▲예수께서 복음 성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인간의 표준형이 있다. 한말로 착한 사람, 열심한 사람, 모범적인 사람 등등 그 표현이 우리 교회사와 더불어 자꾸만 많아진다.
우리 주변에는 착한 교우, 열심한 수녀, 거룩한 신부 등, 예수께서 원하시는 인간형, 일테면 「미스·교회」 「미스터·교회」가 되어 만인의 존경을 받는 교우·수사·수녀·신부님들이 얼마나 많으냐. 그러나 한편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닐지라도 간혹 「그처럼 열심한 분」들 가운데는 그 뒷통수에다 대고 「신경질!」이라고 소리를 지를만한 분들이 없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는 이 「신경질」은 치료를 요하는 병이다. 이런 병자는 병들어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가 요구하는 「인간표준형」이 될 수는 없다.
▲일본에 아사다(淺田)라는 법의학자가 있었는데, 이 교수는 자기 전문분야는 물론, 십여 개국의 외국어에 정통할뿐 아니라 또 수필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이분 수필에 『내가 아는 한, 동경에 계시는 예수회의 H사(師)가 가장 이상적인 미남(美男)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맑고 투명한 피부를 통하여 겸손과 순결과 지혜와 사랑이 한데 뭉친 그의 성덕(聖德)을 누구나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은 대목이었다. 사실 H신부님은 그 언동 어느 구석에도 병적 「신경질」이 없는 인간의 전형(典型)이요 사표(師表)인 노사제(老司祭)다. 자꾸 H신부님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