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은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 이상의 것이다. 특히 지성인들에게는 하나의 절대(絶對)다. 하지만 인간이 왜 존엄한지 깊히 자문해 본 일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지성인이면 그의 세계관 그가 신봉하는 주의(主義)의 인간상(人間像)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인권옹호의 투사로 나서있기 때문이다. 가령 유물주의적 인간상은 불가침의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신(神)도 영혼도 부인하는 많은 지성인들이 인간존엄성 수호에만은 총궐기하다 싶이 앞장선다. 통념의 무수한 「휴매니스트」 경우도 같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인생관이 까지껏이면서 그들에게도 역시 인간 존엄성은 신성불가침이다. 무엇을 근거로 인간은 존엄하다고 주장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 왕래가 소란한 중앙거리에 나서서 누구 소매를 잡고 『여보십시오 당신은 왜 사시는지 아십니까? 인생목적은 무엇입니까?』고 묻는다면 묻는 사람을 되려 정신이상자로나 술주정뱅이로만 볼 것이다. 하지만 정거장이나 우체국이 어디냐고 물으면 보통 양식의 사람일진데 다 친절히 가르쳐줄 것이다. 인생목적보다는 정거장이나 우체국 길이 더 중하다는 건지? 혹은 질문이 너무나 갑작스러워선지?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코 인간이 동물보다 더 귀한 줄 알고 살아왔다. 더 귀하다는 이유는 인간의 윤리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와서는 이 불변의 진리가 불변이 아니어서인지 많은 이에게 특히 지성인에게 현실감이 적다. 왜냐하면 그들은 곧장 결국 인간은 동물과 같다고 주장하니까. 특별히 성(性)문제에는 그런 인생관이 가장 현실적이고 진보적인양 온갖 이론을 다 들어댄다. 이와 같은 PANSEXUALIST도 인간존엄성의 자칭 수호자임에는 틀림없다.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윤리가 변하고 양심도 종교인이나 교육자가 만들어낸 것이래도 좋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동물과 같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삶이 무엇인지 동물에게 문제되어 본 일은 한번도 없지만 인간에겐 그의 역사시작 이래 오늘까지 줄곳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엇이냐? 이것을 알지 못하는 한 인간이 왜 존엄한지 알 길은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