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가톨릭대학엥서 금년도 한국 가톨릭 주교단의 회의가 개최된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고대하고 있었던 기쁜 소식이다.
이번 주교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냉정하게 한국 가톨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피면서 또 다시 기대를 걸어본다. 작년에도 주교회의가 있었고 그때 우리는 본보를 통해 「주교회의에 기대」를 엮어본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러나 이렇다할만한 흔적을 남기지 못한채 지나가버린 주교회의가 우리 기대에 맞갖은 것이었다고 하기에는 어딘지 민망스러움을 느낀다. 그리하여 이번 주교회의만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좀 더 능률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명실공히 한국 가톨릭을 위한 목자들의 회합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적어본다.
첫째로 좀 더 여유있는 준비가 있었으면 좋겠다. 주교회의는 하나의 연중행사가 아니다.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한국 가톨릭의 기수가 되고 길잡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주교회의」라면 벌써 몇 개월 전부터 안건을 심의하고 사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 청취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금년도의 경우를 보더라도 벌써 그날자가 내달로 박두하고 있으며 또한 이번에 상정될 안건을 볼진데 새 전례 실시에 관한 문제, 교리교수법에 관한 문제, 천주의 백성, 평신도, 수도자들의 문제, 그리고 성화(聖化)를 위한 부르심의 보편성에 관한 문제와 「에꾸메니즘」(교회일치)의 원칙과 실천에 관한 문제 그리고 교회 제반에 관한 기타 안건으로 되어있지만 이것을 심의하는 기간이란 불과 3일뿐이다. 3일간이라 할지라도 실제 회의 시간은 20시간도 되지 못할터이니 이 짧은 시간에 더구나 철두철미 준비도 없이 이 방대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렇지만 짧은 3일간일지라도 상기 의제들이 심사숙고 토의되기를 바라며 또한 각 의제마다 조직적인 각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토의된 의제들이 조속한 시일내 그 목적에 부합된 결과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둘째로 우리 주교님들은 한국 가톨릭의 실태를 올바로 파악하여 주시면 좋겠다. 한국 가톨릭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럴수록 무엇이 첫째고 둘째인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판단해야될 줄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중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가톨릭은 민중의 여론 위에 세워진 민주공화국은 아니지만 여론과 대화의 광장을 무시하는 가톨릭이라면 어찌 현대를 끌고가라 수 있는 스승이 되며 목자가 될 수 있겠는가? 가톨릭은 어떤 인간의 지혜나 기술에 그 근본적인 흥망성쇠 여부가 달린 것이 아니고 성신의 능력이 작용하는 교회라 할지라도 『너 없이 너를 창조하신 천주님은 너 없이 너를 구원시키지 않으신다』하신 성 아오스딩의 말씀대로 그리스도께서도 우리 구원을 위해 우리의 협력을 요구하신다는 것은 가톨릭 신학의 원칙으로 되어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탈렌뚬」을 아낌 없이 발휘해야 한다. 현세기에 접어들어 현대 교종들의 단호한 교회정책과 거대한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끝으로 일단 심사숙고하여 주교회의에서 결의된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기적 조직을 통해 그것이 실천되도록 추진시켜야 한다. 결코 탁상공론이 되지 말아야겠고 일각이 시급한 문제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이 마당에서 이것을 이유없이 지연시키는 어떠한 요소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지방색을 초월하고 교구를 초월해야 한다. A교구 B교구를 따질 때가 아니다. 그 옛날 높은 성곽을 쌓아 놓고 거기에 권력과 부귀의 구세주를 기다리던 유태인들이 도리어 그리스도로부터 질책과 책망을 들은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가톨릭의 정신이 아니다.
금년도 주교회의만은 기어코 과거 그것의 되풀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좀 더 쇄신적이고 진취성이 있는 주교회의의 결과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 65만의 양떼들이여! 두 손 모아 기도 바치자! 우리의 목자들을 위하여!
65만 한국의 양떼들이여! 시선을 집중하여 목자들의 지팡이의 움직임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