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면 모기주둥이가 비뚤어진다든가, 조석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돌고, 그만 해도 한숨 돌릴 것을 좀 심했기로니 이제 가는 절후(節候)를 붙들고 시비를 건들 무슨 소용이랴만 참말 금년같은 더위와 가뭄은 처음 보겠다. 그 횡포에 시달린 깐으로는 능히 감정을 살 일이로되 자연 현상이고 보매 어쩔 도리 없지 않는가. ▲무에 그까짓 더위쯤 가지고 구구시리 말이 많으냐 하겠는가. 신문지상에 특호(特號)! 폭염! 혹서! 모든 더위족(族)을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頂上)으로 경주나 시키듯 총동원했던 일이 어제 그젠데 역시 처서의 거동이라니 참으로 「제염」조차 헌신문조각처럼 풀이 죽어 휴지통으로 쓸려가는 것 같지만 이게 다 사람의 농간이지 아무려면 또 내년 여름이야 이제부터라도 더 가깝지 멀어질 턱이야 없지 않는가. ▲아직도 잔서(殘暑)의 성가심에 누구든지 어서 가을 바람이 시원히 불어주었으면 싶지만. 글쎄, 시원한 구석이라곤 자리한닢만한 땅도 없어 불화와 미움과 위선 불신 갈등 권모술수, 무수한 이들 독소가 우굴데는 이 불협회의 소용돌이 속에 금속성으로 달아오르는 우리 정신계를 시켜줄 청량제의 갈구는 정말 화급한 것이 아닐까. ▲8월 10일부로 발표된 교황회칙 「그의 교회」는 교회 자체의 「각성」과 「쇄신」을 호소하면서 교회 안의 또 교회 밖에 모든 이들과의 「대화」를 진정 촉구하고 있다. 이 「각성」이야말로 참으로 우 리 한국사회를 위해서 적시특효(適示特效)의 방문(方文)이 아니겠는가. ▲피치진정한 자각 뒤에 오는 참된 신념만 가지고 나선다면 흡사 숙명적인 견원지간 같은 여야분쟁의 만행도, 더러운 아집(我執)으로 말미암아 목적의의조차 전도된 정치인들의 사회불안의 작폐(作弊)도 사라질게 아니겠는가. ▲처서에 모기주둥이가 한풀 꺾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겐 비단 정치인들뿐이랴, 사이비 그 숫한 모모가(家)들의 그 실속없는 일들이 겨우 밥이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비뚤어질 계절풍이 왔으면 좋겠다. 모든 길은 「로마」로, 듯이 다시 우리를 깨워줄 신선한 바람 또한 「로마」로부터….